내년에 36살이더라구요.
연말이다.
26년까지 한발 남은 11월.
나는 연말이면
묘한 설렘도 느끼는데,
연말의 상징적인 분위기 덕분인 것 같다.
반짝이는 조명, 온갖 장신구가 달린 트리.
카페에 퍼지는 캐롤 등 말이다.
한 해를 돌아보는 행위는 꽤 작위적이다.
이런 글을 쓸 때나 슬쩍
떠올려보게 되는데,
늘 아쉬움 반, 뿌듯함 반
잘한 것 반, 후회되는 것 반
반반치킨이다.
하나 두드러지게 다른 게 있다면
나이에 대한 관념이 달라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보다 어릴 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나이가 숫자일 뿐이면 초등, 중등, 고등,
대학생, 직장인이 이토록 다른 삶을 산다는 게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한... 33세부터
나이는 숫자가 되는 게 맞다.
내 경우에, 33세쯤
나와 더 친해졌고, 나에 대해 더 알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나를 들여다볼 여유가
생긴 시기이기도 하다.
모순적으로 사회적으로 가장 바쁘고,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던 때에
나는 불쑥 더 가깝게 다가왔다.
내가 나도 모르게 취했던 태도나
결정했던 순간들을 파고들어 보면,
그 안에 진정한 내 가치관과 내가 원하는 것들이
보인다.
가끔은 그런 모습에서 부모님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구나
하고.. 왠지 우습기도 하다.
내가 닮고 싶던 그들의 모습.
내가 다르고 싶던 그들의 모습.
그 모든 면들이 조금씩 다 나에게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을 더 이해하게 된다.
나는 부모님이기 이전에
각각의 개인으로, 인간으로
그들을 받아들인다.
훗날의 시유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 줄까?
한편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늘 비빌언덕으로, 마구 칭얼거리고,
원하고, 바라고..
그랬으면 한다.
25년도의 끝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한 번씩
떠올려본다.
발걸음이 괜히 더 무거운 월요일.
그들이 있음에 그래도
늘 어디론가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