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는 것도 대답이다.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환승연애4 괜히 봤다)

by 들풀

연애프로그램을 찾아서 보진 않는다.

인스타 알고리즘으로 뜨는 짤들을 주로 본다.

그러다 좀 흥미로운 장면이 있으면,

유튜브에서 찾아서 보거나 하는편.


특히 요즘

나는솔로, 불량연애, 환승연애 등

많은 짤들이 떠다닌다.

그러다 환승연애4의 유식과 민경의 대화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민경이 울먹이면서 유식에게따지는 목소리에 약간.. 마음이 아팠다.

뭔가 처음 연애하던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저거 아닌데..'

'저러면 안되는데..'

이런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고 있더랬다.(ㅋㅋ)


특히 장기연애를 한 사람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패턴인거 같다.

리쌍의 노래제목에도 있지 않은가.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민경과 유식을 한줄로 표현할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민경은 첫사랑인 유식과 아직 이별하지 못한 것으로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는 이별이란 것은

'남'이 되는 것이다.

상대가 어떤 삶을 살든 어떤 선택을 하든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의 선택에는 '내'가 고려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상황이 너무 특수하다.

헤어지고 안보고, 안듣고 하면 보다 수월하게 이별이 가능하겠지만,

민경은 매일, 한 공간에서 유식을 마주치니 말이다.(으.. 상상만해도 지옥이야 ㅠ)


한 때 가장 친했던 베프와도 같은 사람과

남이 된다는 것은 진짜 조금 과장 보태서

나의 절반을 뗴어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랬다.

매우 고통스럽고, 하루를 보통과 같이 보내는게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이 가장 힘들었는데.

'아 이제 일어나자마자 굿모닝 할 수 없구나'

이런 상실감으로 하루를 시작하였다.


하루의 시작을 상실감으로 열게되면, 그 이후도

내내 슬퍼진다. 뭘하든 함께했던 기억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비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니체가 말했든

인간은 '망각하는 힘'이 있다는 것!

나는 니체를 통해 '잊는 것', '망각하는 것'도

인간이 지닌 힘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별의 그날에 머물러 살게 된다면?

정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다행이도 나는 망각하는 힘이 있었고,

그렇게 힘들지만 하루하루 더 망각하며 나아졌던 경험이 있다.


헤어지지 못하는

모든 민경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사실. 나도 잘 못하지만...)

상대의 침묵도 결국 그의 대답이라는 것.

아무말도 해줄 수 없는게 그의 대답.

그 이유가 미안해서든, 마음이 남아있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미안해서라면 그 미안함을 표현할 용기가 없다는 것.

마음이 남아있어서라면,

그 마음이 솔직하게 표현할만큼 크지 않다는 것.


그러니, 마음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겠지만,

당장 찾아가 붙잡고 쏘아대고 싶겠지만,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이 방법도 추천하긴 하다.)

그래도 우리 한 때는 그에게 가장 소중했던 사람으로서

좀 더 우아한 마지막을 남기는게 좋겠다.


울지마 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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