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르소의 MBTI는?
아직 글쓰기가 쉽지 않은 탓에 이방인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고전에 대한 해석은 어느정도 답이 정해져있는 느낌이기에 내 생각에 대한 글을 적는게 망설여 진 것도 있다.
그렇게 글 쓰기를 미루고 있었는데 한 유튜브를 보게됐다. ‘INFP 실행력 높히는법’이 었다.
INFP이자 저주받은 실행력을 천성으로 갖고 태어난 내게 이 영상을 보는것도 힘이 든 일이었지만, 이를 이겨내기 위해 인생의 15분을 사용했다.
그런데 꽤 얻은게 많은 영상이었고, 그 중 하나가 이방인 리뷰의 시작 아이디어를 얻게된 것이다.
보통 INFP는 다른 유형보다 결정에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한다.
그래서 잠에서 깬 후가 아니라, 자기 전에 내일의 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하더라.
여기서 생각했다.
뫼르소 또한 INFP가 아니었을까.
그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행위에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 학업에서 선택의 실패를 경험했고, 그 이후로 그는 더 이상 선택하지 않기로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고르지 않음으로써 상처받을 가능성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나는 반대의 인물로,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여자를 떠올리게 됐다.
소설 속에서 그녀는 어떤 사건의 주인공도 되지 않는다.
처음엔 괜히 무언가 역할이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끝내 그렇지는 않았다.
그녀의 첫 등장은 단순하다. 식당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하며 시간표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기억에 남았다.
다음에 무엇을 할지 이미 선택한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고민하거나 망설일 필요 없이, 정해진 순서에 몸을 맡기고 움직이면 되는 사람 처럼 보였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작가는 이 자리에 독자를 앉혀 둔 건 아닐까.
뫼르소는 그녀를 잠시 궁금해하지만, 곧 관심을 거둔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재판에 등장하긴 하지만, 그의 죽음이 그녀의 삶을 흔들지는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게 오히려 현실에 가깝다.
우리는 대부분 타인의 삶과 죽음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채, 각자의 시간표를 따라 하루를 살아간다.
생각해보면, 뫼르소가 평생 해온 일은 하나였다.
선택이 요구되는 순간마다, 그 선택을 최대한 무력화하는 것.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뫼르소가 죽음을 받아들였다고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사형을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가 택한 방식은 도망도, 부정도 아니었다.
사형을 자연적 죽음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시도였다.
모든 인간은 결국 죽고, 그 사실 앞에서 이 죽음이 특별할 이유는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는 죽음을 껴안은 것이 아니라 죽음이 갖는 의미를 끝까지 바꾸려 애쓴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체념이라기보다, 스스로를 무너지지 않게 지키려는 마지막 몸부림에 가까웠다.
내 고전 극복기의 첫 번째 책으로 선택한 『이방인』.
이방인이란 무엇일까.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선택의 방식에서 뫼르소가 한 발 비켜서 있기 때문에 그는 이방인으로 불렸던 걸까.
만약 그렇다면, 이방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조용히 버티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