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선명한 카인의 표적을 지니고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by 로이장

나는 특별하고 싶은 사람이다.

스스로 카인의 표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며 살아가고 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어렸을 적 작은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지금도 내가 왜 괴롭힘을 당해야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특별해지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저들과 다르기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무력감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듯하다.


다만 지금에 와서는 내가 특별한 것인지, 특별해지고 싶은 것인지, 특별하다고 생각해야만 버틸 수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 항상 의문을 가지며 살아간다.


이러한 이유들로 『데미안』이라는 책은 나에게 꽤 집중이 잘 되는 책이었다.


주인공 싱클레어 역시 무력함을 느끼며 소설은 시작된다. 크로머의 괴롭힘을 통해 인지하고만 있던 어두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스스로 헤쳐 나올 수 없는 무력함과 함께 어둠에 잠식되어 갈 때 즈음 데미안이 나타난다. 그는 단번에 싱클레어를 크로머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하지만 구원을 위해 나타난 듯한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어쩌면 더 큰 균열을 일으킨다.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통해 싱클레어가 생각해 온 선과 악을 헤집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싱클레어는 그 균열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품기 위해 여러 스승들을 거친다. ‘데미안’, ‘베아트리체’, ‘에바 부인’, 그리고 ‘피스토리우스’.


나는 이 중 피스토리우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좋은 스승이었다. 하지만 길을 걷는 자는 되지 못하였다. 그에게는 카인의 표적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바쳐 구도자로서 공부하고 고민하였지만, 그는 슬프게도 한계가 분명한 안내자였을 뿐이다. 싱클레어는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지만 결국 그에게서 더 배울 것이 없음을 깨닫고 모진 말을 내뱉게 된다.


나는 그에게 안타까움을 느꼈다. 평생 길을 걷기 위해 공부하고 투쟁하였지만 그러지 못했다. 스스로도 자신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생각이 들자 피스토리우스가 가엾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 또한 가엾게 느껴졌다.

나 역시 내가 카인의 표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스스로도 안다. 나는 그것이 없다는 걸. 그저 카인을 두려워하는 일반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무력감을 이기기 위해 만들어낸 나의 생존 방식에서 또다시 무력감을 느끼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피스토리우스의 특별함은 그것이 아닐까. 길 입구에서 길을 걷는 자를 안내해 주는 것. 피스토리우스는 한계를 느꼈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투쟁하였다. 그리고 싱클레어를 한 걸음 나아가게 도와주었다. 이는 무력한 것이 아니다. 그 당시의 싱클레어에게는 그 누구보다, 오히려 데미안이라는 존재보다 더 필요한 사람이었을 테니까.


그는 특별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그래서 위안을 얻었다.

나는 싱클레어가 되지 못할지라도, 선명한 카인의 표적을 띄고 있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길 입구에 서 있는 피스토리우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것 또한 충분히 특별한 삶일지도 모른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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