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군내면에서 연천 백의리
도보여행 첫날은 포천시 군내면에 있는 포천감리교회에서 출발하여 연천군 백의리에 있는 백의감리교회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전곡역 근처까지 가는 것이었지만, 오랜만의 장거리 도보라 완급 조절에 실패해서 전곡역 전 휴식 장소인 백의리에서 일정을 조절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 총 34,000보를 걸었으며, 거리로는 25km가 조금 안 됩니다. 순수하게 걸은 시간만 따지면 4시간 40분 정도이지만, 중간에 틈틈이 휴식을 취하고 식사도 해서 총 이동 시간은 6시간가량 소요되었습니다. 포천에서 연천으로 넘어가는 구간이 가파른 산은 아니었지만 완만한 언덕 형태의 도로여서 체력 소모가 컸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긴 거리를 걸었더니 속도도 잘 나지 않았고, 특히 발뒤꿈치에 반창고를 붙이지 않아 바로 물집이 잡혔습니다. 걷는 코스 중에 약국을 찾을 수 없어 반창고를 구하지 못하고 참고 걸어야 했습니다.
뉴스에서 보도된 대로 날씨가 갑작스럽게 추워졌습니다. 이 때문에 단풍이 들기도 전에 은행나무 잎사귀들이 초록색인 채로 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노란 은행잎으로 뒤덮인 길을 바삭 거리는 소리와 함께 걸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덜 마른 초록잎만 잔뜩 구경했습니다. 여행길 중 포천 구간은 강변길 조성이 잘 되어 있어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었으나, 연천에는 아직 그런 길이 많지 않았습니다. 인도보다는 도로를 많이 걸었습니다. 길에서 아주 작은 아기 뱀 한 마리를 보기도 했습니다. 뱀은 사람이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겠지만, 보게 되면 깜짝 놀랍니다. 특히 겨울잠을 자기 직전인 이 시기에는 뱀을 조심해야 합니다.
점심은 창수면에 있는 한 식당에서 육개장을 먹었습니다. 포천 지역은 골프장이 많아, 그 인근에는 차로 이동하는 분들을 위한 대형 식당이 많은 편입니다.
이동 중에 지도 앱이 안내해 준 길 대신, 지도상에 표시된 다른 산길(도로가 아닌 도보 길)로 우회해 보았습니다. 지도는 노란색 길로 인도했지만, 산길로 가 보고 싶은 마음에 하얀색 길만 보고 산을 올랐습니다. 하지만 지도와 달리 실제로는 중간에 길이 끊겨 있었습니다. 지도를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되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한번 지도로 확인해 보니, 그림상으로는 길로 되어 있지만 '길안내'로는 저곳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목적지인 연천군 백의리는 처음 와 본 곳인데, 군부대 하나를 중심으로 조성된 아주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마을 자체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점점 축소되는 군부대 영향인지 폐업한 식당이 꽤 많았고, 현재 운영 중인 곳은 치킨집 하나, 편의점 두 곳, 그리고 식당 두세 곳 정도였습니다. 숙소는 '백의게스트하우스'라는 곳을 찾아갔으나 공사 중이어서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작은 여관에서 숙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날이 갑자기 추워졌지만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며, 바람막이를 입고 걸으니 오히려 더운 날씨보다 쌀쌀한 편이 나은 것 같습니다. 오랜만의 도보라 몹시 힘들긴 했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여러 마을을 지나쳐 보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첫날에 가장 긴 일정을 계획했습니다. 의욕과 에너지가 넘쳐서 휴식을 제때 취하지 못했고 하루 만에 뒤꿈치에 물집이 잡혔습니다. 출발 전에 반창고를 붙이지 못했으니 내일이라도 구매해서 붙여야겠습니다.
내일은 이곳에서 1~2시간 거리인 전곡역에서 시작할 예정이며, 그곳에서는 약국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정의 무사한 마무리를 위해 충분히 잠을 자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