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대광리, 철원 동송읍, 포천 관인면
3일 차, 양쪽 뒤꿈치에 물집이 많이 잡힌 상태로 연천을 떠나 철원을 향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날씨가 계속 화창합니다. 어제 걸었던 길을 한번 더 걸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이유는 날씨 덕이라 생각합니다.
열심히 걷다 보니 연천과 철원의 경계가 눈에 보입니다.
연천과 철원의 경계선을 지나자마자 풀숲에서 뱀 두 마리를 연달아 만나 매우 놀랐습니다. 길가에 사진처럼 풀과 낙엽이 모여 있으면 뱀도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뱀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마음이 철렁합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 때 처음으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습니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뱀이 또 나올까 봐 집중이 안 됐습니다.
백마고지역에 도착해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지도에서 백마고지 기념관이 보입니다. 가볼까 고민했지만 목적지인 관인까지 남은 거리를 계산해 보고 빠르게 포기했습니다.
초반에 뱀 때문에 조금 긴장했던 것을 제외하면, 철원을 걷는 길은 무척 좋았습니다. 날씨도 좋았고 걷는 길의 경치도 훌륭했습니다. 저수지와 강을 보며 걸으면 이유 없이 마음이 편해집니다. 시간이 있다면 앉아서 물멍을 한참 때리고 싶었지만, 갈길이 구만리라 아쉬웠습니다. 모든 길이 예뻤지만 특히 끝도 없이 펼쳐진 논 풍경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도로 옆 인도 대신 일부러 논과 논 사이의 길을 따라 걷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한참 걷다가 동송에 도착했습니다. 꽤 큰 도시입니다. 이곳저곳 구경해 보고 싶지만 점점 체력이 떨어지면서 걷는 속도가 떨어져 시간이 부족해졌습니다. 동송에서 목적지인 포천 관인까지는 걸으면 2시간, 차로는 10분 거리인데 결국 택시를 타고 관인까지 이동했습니다.
포천의 북쪽 끝 부분인 관인면은 철원과 붙어 있습니다. 관인면에는 냉정저수지가 있습니다. 낚시터로 유명한 곳인데 조용해서 캠핑하러 오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그리고 관인면의 중심지는 아기자기합니다. 영화세트장 같은 거리를 걷는 기분이 흐뭇합니다. 미소를 지으며 걸었습니다. 사진은 못찍었는데, 오래된 건물 벽이나 담벼락에 그림도 많이 그려져 있습니다. 포천이 낳은 스타 임영웅의 그림이 가장 인기라고 합니다.
관인교회 담임목사님과 고석정 인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도 고석정인근 모텔로 정했습니다. 고석정은 한탄강 중류에 있는 현무암 계곡입니다. 관광명소라 많은 분들이 방문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방문해 볼까 잠깐 고민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