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박 17일로 오스트리아 비엔나-헝가리 부다페스트-스페인 시체스/몬세라트/바르셀로나 여행을 다녀왔다.
J를 데리고 이렇게 길게 여행해 보기도 처음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학생 때 이후로 이렇게 긴 여행 자체가 처음이다. 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리조트에만 머무는 여행 위주로만 해 왔는데, 이번에는 의도치 않게 배낭여행에 가까운 여행을 했다.
미국에서는 사람 자체를 많이 만나지 않고 아쉬운 대로 중요한 말들은 이해할 수 있어서 잘 체감하지 못했었는데, 유럽에 오니 스스로가 이곳에서 이방인이라는 사실이 크게 실감되었다. 언어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사고방식 자체가 크게 다르고 여행으로는 즐길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오래 머물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국이 더 그리워졌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 같은 검은 머리에 동그란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다시 또 미국으로 귀국을 해야 하는 사실이 막막하게도 느껴졌다. 미국 재입국 심사 때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 심사가 까다롭고 다시 못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다는 소문에 다소 긴장하고 있었는데, 안내받은 16번 창구의 심사관이 아주 까다로워 보이고 결국 우리 앞사람을 데리고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뜨악했다. 그런데 그분이 앞사람과의 further evaluation을 위해 방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우리는 다른 창구로 재배정이 되었고, 그분은 놀랍게도 한국 분으로 우리에게 친절하게 입국을 승인해 주었다. 특별한 호의를 베풀거나 희생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약간의 친절함을 베풀어주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돌아오니 우리 집이 무사해서 감사했고, 조용한 일상에 감사하다. 여행 후 J랑 더 가까워진 것 같아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