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의 강박

AI에게 상담받기

by Dancing with God

나는 시간관리의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할 일이 많고, 업무 시간 동안에는 나의 자유도가 높아서 계획대로 착착 일을 처리하고 홀가분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곤 했다. 새벽 5시 20분부터 저녁 6시까지 빡빡한 계획이 있었고, 출퇴근시간까지 악착같이 쪼개어 무언가를 읽거나 듣곤 했다. 그렇게 분초를 아껴서 얻은 것들을 뿌듯하게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정해져 있는 매일의 업무가 별로 없어서 여유 시간이 생겼다. 그런데 육아를 하다 보면 시간이 뭐 했는지도 모르게 훅 지나가 버리고, 아이가 없는 시간은 “이 시간을 그냥 보내면 안 돼”라는 초초함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서 하려고 한다. 한 것 없이 하루가 지나간 것 같이 생각되면 자기를 비난하고, 다시 더 체계적인 계획을 짜게 된다.

현재 나는 꼭 해야 하는 일은 없는 상태이고, 영어공부 같은 것은 내려놓고 많이 비워냈는데도, 굳이 스스로 읽어야 할 명상 책들, 예전에 적어 놓은 설교장과 일기들 다시 읽기, 정리한 책 다시 읽기 같은 할 일들을 잔뜩 list up 해 놓고는 ‘저걸 언제 하지? 벌써 오후가 되었네’ 하면서 자책한다.


AI에게 이런 내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니, '성과 중심의 자아 형성, 불안조절 방식으로서의 바쁨, 완벽주의적 사고 패턴'이라는 세 가지로 정리해 주었다. 수긍이 된다.


AI가 자문하라고 한 문장들에 답변을 달아보았다.


“나는 왜 오늘 하루를 잘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 주어진 하루하루가 귀해서 알차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도 바쁘게 살고 있는데,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기준은 어디서 왔지?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걸까?”

- 하지만 나는 이미 충분히 바쁘게, 열심히 살아왔다. 하지만 무조건 쉬지 않고 배운다고 해서 뒤처지지 않고 알찬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김주환 교수님이 쉬는 게 인간의 default 상태이며 공부를 잘하려면 잘 자고 잘 쉬어야 한다는 뉘앙스로 말씀도 하셨던 것 같다. 성과와 성취가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 그리고 나는 지금 연구를 위해 연수를 와 있고, 연구는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부차적으로 주어지는 여유 시간은 푹 쉬어도 된다. 사실 의대 본과 진학 이후로 제대로 쉬어본 적이 한 번도 없고, 지금도 육아를 하고 있어서 제대로 쉬는 것이 아니다. 정말 쉬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이 시간만큼은 푹 쉬어도 된다. 아이가 없을 때에는 그래도 쉴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아이를 낳은 이후로 나의 자유시간이 너무나 짧아서 더 귀하게 느껴지고,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생긴 것 같다. 글을 써도 차분하게 숙고하지 못하고, 어떤 날은 좀 늦게 자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아침 운동을 위해 급하게 잠이 든다.


“그 시간에 충분히 쉬어야 했던 나는, 어떤 말을 듣고 싶었을까?”

- 충분히 더 쉬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들이 번아웃이라고 해도 그 말을 의심하며, 이미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했고, 쉬는 것도 책으로 전문적으로 배우려다 보니 다시 할 일이 쌓였다.


AI의 답변:

이 마음을 지지하는 문장, 함께 나누고 싶어요:

나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사람이다.

쉼은 게으름이 아니라, 내가 계속 살아가기 위한 회복의 시간이다.

남의 속도에 나를 맞추지 않고, 내 호흡대로 살아가는 것도 용기다.

나를 괴롭히던 그 ‘기준’은, 이제 내가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정말, 쉬지 않고 나아가며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남들의 속도에 나를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내 호흡대로 살아가는 것도 용기다. 긴 여행을 다녀오면서 잘 쉬고, 다시 일상에 적응 중이다. 여행을 통해 일단락되고 새롭게 열린 나의 일상의 틀을 잘 만들어 나가자. 먼저 내 마음이 편안한지 살펴보고,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것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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