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걷는다 (7)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일 년 전 문경에서 나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1기였다. 3기 종료 기념 파티에 초대받아 친구의 차를 얻어 타 문경읍에 다다랐다.
일 년 전 나는 꿈이 있었을까.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잠깐 있어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나는 잠깐 머물렀다. 고작 일주일. 중도 포기자 대신 참가자로 기억될 수 있었던 것은 문경 사람들 덕분이었다. 문경을 알리고자 경제활동을 하는 동시에 타인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는 그들이 있어 나는 '중도 포기자'가 아닌 '참가자'로 남게 되었다.
"어! 그 좋은 일 있으셔서 올라가셨던 분 아니에요?"
가족과 사과 농장을 운영 중인 한 분이 읍에 왔다가 나를 보시곤 반갑게 인사하셨다. 좋은 일이 있었지만, 좋은 일이 아니게 되었어요, 라고 차마 말을 하진 못 하고 지금 시간이 많이 남아서 오게 되었네요, 라고 답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서울에서 문경으로 갔다가, 다시 문경을 훌쩍 떠났기 때문에. 문경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나는 제3자다. 사람은 말로 상처를 받는 게 더 큰 것 같다. 누구 하나를 두둔해줄 수 없어도, 가시가 돋는 말에는 방어가 되어주고 싶을 뿐이다.
"헐 뭐야. 어떻게 왔어요?"
우리는 서로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잘 지냈어요? 그리웠어, 라고 하기에는 쑥쓰러우니까 요정도로 서로를 알은 체 했다. 문경을 배경으로 공연을 기획, 연출했던 그였다. 나와고도 제법 죽이 잘 맞았다. 말이 통한 사람 중 하나. 같은 지역인 서울에서 왔고, 풍부한 감수성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그런 예술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때 괜찮았어요? 힘들었어요?"
아, 이거 물어보려고 말을 건 게 아니었는데. 수고했어요 그 때 공연 못 봐서 너무 아쉬웠는데 고생 많았어요, 라고 해주지 못한 걸 후회한다.
그가 연출한 극예술공연의 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LBzVzqGORnkhttps://www.youtube.com/watch?v=LBzVzqGORnk
같은 한국에 있지만, 우린 서로 세상 끝에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르는데. 문경읍에서 벌써 1년 넘게 운영 중인 이름처럼 예쁜 책방, 반달 책방에 들렀다. 그곳에서 그림책을 구입했다.
문경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림책을 펼쳤다. 곰이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친구 새를 찾아가며 쓴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조심스럽게 따라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