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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Nov 18. 2021

문경에서 베프를 만들 확률

백수가 걷는다 (6)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서울에서 문경으로 내려왔는데 동갑을 만날 확률은 몇이나 될까. 더 나아가 그 동갑이랑 쿵짝이 잘 맞는다면 그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동갑내기인 친구를 일 년만에 보러 가는 길. 알 수 없는 친근함 덕에 서먹서먹함은 덜하리라 싶었지만 그녀의 집 초대에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를 기다리며 꽃다발을 구매했다. 가게를 오픈했다고 들었기 때문에 준비한 건 아니었다. 타지에서 온 이를 반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고마워서도 있었지만. 꽃을 주고 싶었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외국 사람들에겐 꽃을 주고 받는 게 일상처럼 행해진다고 들었다. 나도 꽃을 준비한 건 일상과 같았다.





 저녁으로 민물회인 송어회와 매운탕을 푸짐히 준비해준 친구. 송어회는 야들야들하면서도 덜 느끼한게 자꾸 손이 갔다. 와인을 함께 마시며 친구는 내게 위로를 해주었다.


"내가 전에 딱 너였던 것 같아. 아무 말하지 못하고 그랬던 거. 나도 진짜 아무 말도 못했어. 지금은 해."


언제 결혼하냐. 여기 장사 잘 되냐. 무슨 지원을 받고 하냐. 등등 얼굴 모르는 손님들로부터 무례한 질문은 끊임없이 받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답변 대신 이걸로 대신한다고 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웃다가 뒤로 넘어갈 뻔 했다.



내가 선물한 액자(사진은 보스턴에서 찍은 사진이다)



"결혼해야지."

"반사! 무지개 반사!"


때론 타인의 무관심이 필요하다. 타인의 관심에 때론 무심하는 것도 중요하다.


깊게 얘기하지 않아도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며 나의 나약함을 지적하지 않는 친구. 고마워 친구야.





 다음날 아침, 고소한 스콘 내음을 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는 차를 끓여 내왔다. 나는 차를 마시며 이곳이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프랑스 영화, 마담 프루스트가 차와 마들렌을 제공하는 장면이 나온다)인가 싶었다.


차를 마시면서, 영화 속 주인공처럼 기억을 지우진 못했지만 행복하게 미화시킬 순 있었다.





 가자. 가게로. 우리는 서둘러 준비를 끝마치고 가게로 떠났다. 친구는 시동을 걸었고, 나는 카메라를 들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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