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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Nov 17. 2021

점촌은 문경

백수가 걷는다 (5)



      일 년 만에 닿은 문경은 낯설었다. 사실 일 년 전에 본 문경은 문경읍이었기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일 년 전 나는 낯선 환경에서 새로움을 그렸다. 새롭게 시작할 나의 청춘을 그리고 있었다.





 점촌 터미널에 내렸다. 점촌이 문경이라는 것을 알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 년 사이 문경은 그대로였지만 그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달라졌다. 많은 게 달라졌다.

우선,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에그타르트를 파는 카페. 시장 안에서부터 시작한 젊은 사장님이 하시는 곳이다. 일 년 전, 내가 여기를 닿았을 때 그 사장님은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 년 후, 그 가게는 시내로 이전했다. 이름도 바꾸고, 메뉴도 다양하게 해서.





 일 년 전에 문경을 닿았지만, 오픈 준비 중인 모습만 보고 다시 서울로 떠난 내게 이곳 에그타르트는 아직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와 같은 존재였다. 드디어 맛보게 되는구나. 포송포송한 에그타르트를 경건한 마음으로 집고, 입에 넣었다. 사르르. 액체도 고체도 아닌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에서 녹는다. 아, 이것이 바로 천국인가. 이 좋은 디저트를 이제야 맛보게 되다니. 일 년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커피도 호로록 마시고 있는 동안 문경 동생을 기다렸다. 지금 문경의 어느 곳에서 군 복무 중이다. 공익 근무를 하고 있어 출퇴근 외에는 나름 자유롭다. 일 년 전 나를 거리감 없이 대하고, 'ㅎㅅ'투어(이름 이니셜인 ㅎㅅ을 땄다)를 자처해 시내 구경을 시켜줬던 든든한 친구이기도 하다. 그 동생에게 일 년 사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사랑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허락을 받고 온 동생과 밥을 먹었다. 문경 맛집을 잘 알고 있어서, 아주 훌륭한 소고기 짬뽕과 맛있는 탕수육을 먹을 수 있었다. 동생이 사랑을 시작해, 나와 거리감이 생긴 것 같았지만 우려였다. 여전히 솔직하며, 소고기가 우려낸 짬봉 국물처럼 담백하고 허울 없었다.  





 식후 마무리는 깔끔한 버블티를 마셨다. 서로 근황 얘기를 하며 짧지만 알찬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기에는 시간이 매우 부족했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다. 동생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지나간 일은 금방 잊어버리고, 나빴거나 좋았던 모든 일에 대해서는 '그땐 그랬었지' 하고 넘어가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그래도 속으로는 좀 곱씹어 보긴 하는데.

긍정적인 동생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나는 또 다른 친구를 찾아 길을 떠났다.








일 년 전 문경 동생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jsfire120/10


장소 정보: 에그타르트 카페(다시오후) 밥집(한성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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