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티비 <파친코>의 주인공 선자 역을 맡은 배우 김민하는 촬영 초반 불안감이 들었다고 한다.
"내가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닌데.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이러한 불안감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내게 조금 더 진중하게 들렸고, 나는 공감했다.
내 직업은 타로 심리상담사. 타로카드를 활용하며, 그들의 심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단순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항상 고민한다. 내가 상담을 잘해줄 수 있을까? 타로카드가 유일한 해결책은 안 될지더라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까.
정상급에 올라간 사람이더라도 누구나 다 매일매일 같은 고민을 하고 살아간다.
어제 열었어도 오늘 문을 연 가게 사장님은 오늘 가게 음식이 사람들의 입맛에 맞을지 고민한다. 방금 여우주연상을 딴 배우라도 이번 작품에서는 열연을 펼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나도 마찬가지. 똑같은 고민이 아니기에 해결책은 다양하고 다르다. 그 다름이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하나하나 섣불리 볼 수 없는 게 나의 고민이었다.
코로나가 닥쳐왔고, 오프라인 가게를 세운다는 건 벽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크몽을 알게 되었고, 크몽을 통해 상담을 시작했다.
크몽의 가장 큰 단점은 올 사람을 가려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담사는 고객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게 많이 아쉬웠다. 나도 크몽을 통해서 상담이나 일을 의뢰하면 그렇게 무례하고 막 할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오늘 받을 사람이 어떻게 무례하게 나올지 몰라서 나는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했으니까.
여기까지 내 이야기에 집중해주고 있는 독자들은 대체 뭘 했길래? 라며 궁금할 것이다. 내 이야기가 주관적이 될 수 있으므로 다는 말하지 않겠지만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땡! 틀렸습니다
"제가 생각한 답이 아닌데요. 아닐 거예요. 아니에요. 틀리셨어요. 다시 한번 타로를 봐주시면 안 될까요?"
한 번 더 타로카드를 뒤집었다. 그래도 결과는 똑같았다.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한 번 더 해주세요."
한 번 더 뒤집었다. (원칙상 타로는 같은 날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효력이 떨어지기 마련. 마치 나의 마음과 감정이 시간이 갈 때마다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타로 카드는 무의식을 반영하고 상황에 따라 영향을 다르게 받기도 한다)
결과는 똑같았고, 결국 땡! 틀렸습니다. 정답이 틀렸다며 나에게 환불을 요구했다.
우리의 심리도 정답이 없듯이 타로에는 정답이 없습니다,라고 그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환불을 순수히 해주었고 그의 마음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어제 좋았던 연인이 오늘은 밉상처럼 보이는 것처럼 타로카드에는 정답이 없고, 또 설령 정답이 나왔을지라도 그게 정답이라기보다는 한 번 더 살펴봐야 하는 숨은 마음이다.
저, 면접 보러 온 거 아닌데요. 상담산데요.
"아, 이게 맞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아 근데 혹시 경력이 얼마 되세요?"
상담이 끝나고, 쉬고 있을 때 채팅창으로 훅 들어온 그의 한 마디.
이어 그는 "아, 진짜 경력이 궁금해서 그런 건 아니고요. 제 상담이 맞는지 잘 모르겠어서요 여쭤봤어요"라고 했지만, 나는 그 말을 쉽게 잊지 못한다.
그럼 경력이 10년이면 맞는 거고, 경력이 6년이면 10년에 비해 틀린 걸까?
크몽을 그만둔 지 일주일. 마음이 너무 편하다.
크몽을 시작하고, 내 멘털은 많이 무너졌다. 실제로 오프라인으로 사람을 대면하고 상담을 할 때보다 온라인이 더 힘들고, 무기력해지고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이 현저히 떨어졌다. 전화로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도 얼굴을 보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은 더 무례하고,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으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일 때문에 얼굴을 나도 모르게 붉힌 적이 너무 많았다.
크몽에서 일하고 있는 상담사들의 마음이 괜찮으면 좋겠다.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렇게 헤아려 보는 어느 평일의 정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