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은 비우고 중심을 지키는 삶
오늘도 놓쳤다, 중심을
― 가슴은 비우고 중심을 지키는 삶
활을 당기며 배운 첫 원칙은 ‘흉허복실’이었다.
가슴은 텅 비우고 아랫배는 단단히 채우는 것.
가슴에 힘이 들어가면 화살은 중심을 잃는다.
욕심이 먼저 손끝에 오르면 과녁은 멀어진다.
비우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숨도, 마음도, 뜻도. 그래야 중심에 고요가 깃든다.
오늘도 놓쳤다.
자세보다 흐트러진 마음을, 무너지지 않는 중심을.
활은 앞으로 향했지만, 마음은 옆으로, 뒤로, 다른 데로 흘러갔다.
어제의 상처 속으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혹은 사소한 잡념으로 스며들었다.
활을 쥔 손은 지금, 이 순간을 겨누는데, 마음은 늘 딴 곳을 바라본다.
그래서일까 활쏘기는 ‘붙잡는 연습’이 아니라 ‘놓치는 연습’인지도 모른다.
마음을 붙들려 하지 않고, 놓치되 자각하는 것. 놓치는 그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활쏘기의 첫걸음이다.
오늘도 나는 놓쳤다. 그러나 놓쳤다는 사실을 나는 알아차렸다.
그것만으로 오늘의 활쏘기는 이미 나에게 조용한 가르침이 되었다.
“흉허복실胸虛腹實. 가슴은 비우고, 배는 채운다.”
활을 배우며 처음 들은 말이다. 처음엔 단순한 자세 지침처럼 들렸다.
하지만 활을 당기며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 말은 자세보다 더 큰 진실을 담고 있었다.
가슴을 비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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