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춰야 할 건 과녁이 나니라, 흔들리는 내 마음
진짜 중심을 겨누는 법
- 맞춰야 할 건 과녁이 아니라, 흔들리는 내 마음.
처음 활쏘기를 배웠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과녁이었다.
하얀 바탕 위에 붉은 원. 그 중심을 맞히는 것이 활쏘기의 전부라 믿었다.
과녁만을 바라봤다. 그 점 하나에 정신을 모아 숨을 참고, 활을 당기고, 화살을 보냈다.
맞히면 기뻤고, 빗나가면 실망했다. 나는 관중에만 집착했고, 그게 실력이라 여겼다.
그러기를 수십 번.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마음이 달라졌다.
과녁은 단순한 목표물이 아니었다. 과녁은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어느 날은 과녁이 선명했고, 호흡은 잔잔했다. 그날의 화살은 곧고 맑게 날아갔다.
하지만 또 어떤 날은, 과녁이 흐릿하고, 몸이 무거웠다.
시선이 흔들리고, 활은 버겁고, 과녁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건 과녁이 변한 게 아니었다. 내가 흐트러진 것이었다.
마음이 불안하면 과녁이 희미해지고,
집착이 많아지면 시야는 좁아진다.
숨이 고르지 않으면 손끝이 떨리고,
욕심이 앞서면 활은 무거워진다.
사람들은 관중한 화살을 보고 잘 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게 꼭 잘 쏜 건 아니라는 걸.
화살이 맞았어도 마음이 조급했다면, 호흡이 흐트러졌다면,
그건 우연에 불과하다.
활쏘기의 본질은 관중이 아니라 정중正中에 있다.
화살이 아니라, 나 자신을 겨누는 일.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안의 중심을 겨누고, 그것을 쏜다.
처음엔 과녁만 보였다. 목표는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활을 오래 쏘다 보면, 과녁은 흐려지고,
오히려 내 안의 무게중심이 또렷해진다.
화살이 흔들리는 건 바람 때문이 아니다. 과녁 때문도 아니다.
내가 먼저 흔들린 것이다.
팔이 떨리고, 어깨가 굳어질 때, 몸보다 먼저 마음이 어긋난 것이다.
어느 날, 스승이 말했다.
"과녁을 맞추려 하지 마라. 맞춰야 할 건 네 안의 중심이다."
그 말은 활쏘기의 본질을 꿰뚫는다.
고수는 눈보다 마음으로 겨눈다.
화살은 손끝에서 나가지만, 진짜 조준은 마음속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자주 바깥의 표적만 겨눈다.
성과, 점수, 인정 같은 것들.
하지만 마음이 흐트러진 채 쏜 화살은, 설령 맞더라도 그저 행운일 뿐이다.
반대로 중심이 분명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활쏘기는 하루의 기분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관중이든 빗나감이든, 그건 그날의 한 발일 뿐이다.
잘 쏘지 못한 날은 내가 흔들린 이유를 배우는 기회이고,
잘 쏜 날은 평온했던 마음의 자리를 기억하는 날이다.
과녁은 맞춰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시선은 밖을 향하되, 마음은 안에 머물러야 한다. 그게 진짜 겨누는 법이다.
과녁은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는 건 언제나 내 안이다.
내일도, 모레도, 그 이후의 수많은 날에도, 우리는 다시 활을 든다.
각 화살은 하나의 삶이다. 한 발 한 발이 내 마음의 기록이다.
그러니 너무 들뜨지 말고, 너무 주저앉지도 말자.
두려움 속에서도, 기쁨 속에서도, 정진은 멈춰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활쏘기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삶에도 마찬가지다.
오늘도 나는 활을 든다. 과녁을 향하되, 그 안에 머물지 않는다.
과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나는 조용히, 천천히, 깊게
다시 나를 겨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