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슬거림

by 전 한 사람

일요일 저녁.

따뜻한 강아지와
가슬거리는 리넨 소파에
반쯤 파묻히듯 누운 그녀.

남편은 거실 바닥에 앉아
리모컨을 누르며
일요일을 마감할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

그러다 멈칫.
못 알아볼 수가 없다.

주식 채널.

흘리듯 지나가던 화면이
잠시 머문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다시 멈칫.

이 시간에
저 화면 속에서.

또 한 번의 멈칫.
상황을 넘기는 방법.

우연을 몸에 남긴 채
받아들이는 방법을
다시 떠올린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때의 자신을
조용히 안타까워할 뿐이다.
지금의 그녀는 한 박자 쉰다.

일요일 저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정리된다.

침대에 누워
다음 날을 확인하는 시간.
그녀는 검색창에
이름을 낯설게 적어본다.

맞구나.

몸에 남아 있던 예민함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억 저편에
얇은 리넨 한 장 덮여 있을 뿐.

어렸던 시절,
집착과 질투가 강했던 훈식.

그래.
잘 눌러 담았구나.

집착을 눌러 담고
의심을 눌러 담아
그 답다.

생각과 말을 고른다.
조금 느린 속도로 걷는다.

빠르게 반응해 남긴 상처는 깊었고
늦게 반응해 남긴 상처는
대체로 얕다.

받아들일 수 없던 우연의 반복을
정리하는 법을
알아간다.

잃을까 두려워
안절부절못했던 시절엔
두려움이 먼저였고

지금의 그녀는
무엇을 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사랑 위에 서 있다.

가슬거리는 리넨 소파처럼
거칠지만 포근한 감촉 속에
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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