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임.

by 전 한 사람

사귀기 시작한 지 여섯 달쯤, 대학 3학년이었다.
학교에서 홍보 책자를 만든다는 공지가 있었다.

그 시절의 그녀는
스스로를 조금 예쁘다고 생각했고,
자존감도 높았고,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비교적 잘하는
아이였다.

오디션 비슷한 자리가 있었고
그녀는 가볍게 참여했다.

다음 날, 사진 촬영을 앞두고
자랑처럼 훈식에게 말했다.
“하지 마.”
순간,

그녀의 공기가 멈췄다.

뭐지?

그냥 사진만 찍고 오는 거야.
학생들이 캠퍼스에 모여서 사진 찍는 거래.
나쁜 일도 아니잖아.
설명에 설명을 덧붙이다 보니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조금 들어갔다.
작은 다툼이 시작됐다.
똑같은 말의 반복.
왜 그런 것까지 참견하느냐고 묻는 순간,
생각보다 큰 목소리가 나왔다.

훈식은 잠시 말이 없었다.
".....하.... 그만둬.”

장난인 줄 알았다.

“그만두지 않으면
내일 학교로 찾아간다.”

겁만 주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불안 정도로 이해했다.
그게 가장 큰 착각이었다.

가볍게,
학창 시절의 추억쯤으로 남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그때의 그녀는
붙잡지 못했다.

차분하게 설명할 수 있는
지혜도 없었다.

상처를
상처인 줄도 모르고
그대로 가슴에 담았다.

다음 날.
홍보 촬영으로 어수선하고
살짝 들떠 있는 학교의 공기.
그 공기는
그녀의 추억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그녀를 밀어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관계자에게 말했다.
“못하겠습니다.”

그 말은
이상하게도 너무 쉽게 나왔다.
이미 여러 번 속으로 연습해 온 문장처럼.

같이 나누려고 건넨 말에
가시로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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