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잘 지내지, 응. 그래. 날 잡아서 보자."
그녀는 길을 걸으며 친구와 통화 중이다.
지나가는 남자들의 목소리
누구야? 어딘데 시끄러워?
순간 머릿속에서 다른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것 같아 머리끝이 한 점으로 모이는 듯했다.
짧게 안부를 묻고,
웃음으로 통화를 끝낼 생각이었다.
만약 그녀가
설명할 필요가 없는 쪽으로 걷는 사람이었다면
친구에게
'아냐. 지나가는 사람들...
밖이라 좀 시끄럽네'하고 웃어넘겼을지도 모른다.
[옆에 누구야?]
[지금 어디야?]
들리지 않았지만
여러 번, 수없이 받았던 질문들.
기억들이
자전거 타다 넘어져 남겨진 상처처럼
그녀 안에 남아 있었다.
숨을 깊게 고르고,
손끝을 살짝 주물러 긴장을 놓아 보려 한다.
가슴이 조여 왔다.
숨이 짧아졌고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멈췄다.
주변을 둘러 조용히 해명할 곳을 찾는다.
괜히 설명해야 할 것 같고,
묻지 않은 질문에
먼저 대답할 것들과 말을 골라야 할 것 같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몸이 먼저 익힌 방식.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항상 먼저 긴장하고 준비하는 방식
그날의 침묵은
우연이 아니라
오래 익숙해진 선택이었다.
그날 버스에서도
그 아이에게
“어, 안녕” 하고
가볍게 인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그때의 것들이
아직 그녀 안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친구와 통화를 마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조였던 긴장을
놓아보려는 걸음으로
다시 걷는다.
하지만
긴장은
이미 몸을 한 번 지나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