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우연인데.....

by 전 한 사람

교외로 가는 버스, 맨 끝 앞자리.
그녀는 사촌 여동생과 나란히 앉아 있었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훈식은 혼자 앉아 있었다.
훈식이 불안을 관리한다고 믿고 있던 간격.
그녀에게 배려라고 부르기엔 어딘가 불편한 거리였다.
그 정도의 간격을 허락받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상하게도 등줄기가 팽팽해지며 긴장이 몸을 훑는다.

버스가 중간 정류장에 멈췄을 때
창밖으로 시선을 옮기던 그녀의 눈에
군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눈에 띄는 얼굴이라
따라가지 않으려 해도
시선이 먼저 반응했다.

잠깐 눈이 마주쳤다.
아주 짧았지만, 서로를 알아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녀가 대학 2학 때
오래 짝사랑했던 아이였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잠깐의 썸처럼 보일 만한 시간이 있었지만

몇 번의 만남 끝에
그는 그녀가 상상하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조용히 끝낸 사람이었다.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녀의 심장의 뜀은 반가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와 다시 마주쳤기 때문도,
예전에 품었던 설렘이나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떠올려서도 아니었다.

그녀의 머릿속엔


아, 이제 또 설명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이유 없이 묻고,
대답이 늦어지면 더 크게 묻고,
설명해도 믿지 않던 얼굴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가고
숨이 짧아졌다.


"........ 하......."


이 상황이 어디로 흘러갈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는 빈자리를 찾다가
훈식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만 비어 있었다.
훈식은 한동안 앞만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훑어보았다.
확인하듯,
이미 결론을 낸 사람처럼.


그녀는 부러 살갑게 말을 걸었다.
괜히 웃음이 먼저 나왔다.
“있다 내리면, 밥 뭐 먹을까?”


이미 끝난 사람은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는 걸
그때의 그녀는 알고 있었다.
훈식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리 바꿉시다.”
이유는 없었다.


그의 의심은 늘
설명 없는 문장으로 도착했다.
그 군복 입은 친구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났다.
군복 천과 훈식의 옷이 스치는 소리가
버스 안에서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 소리를 그녀는 오래 기억하게 될 거라는 걸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버스가 다시 움직였다.

그녀는 창밖을 보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을 하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이미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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