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색 노끈

by 전 한 사람

교회에 딸린 유치원에서 생일파티가 있는 날이다.

생일 주인공 아이들은 저마다 예쁜 옷을 입고 왔다. 주인공이 아닌데도 소녀는 괜히 설렌다.

생일파티에 필요한 케이크는 동네에 하나뿐인 제과점, 소녀네 가게에서 가져올 것이다. 은숙이 시간에 맞춰 가져온다는 말을 듣고 소녀의 마음도 들뜬다.

이번에는 엄마가 올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엄마를 친구들에게 보여 줄 기회일지도 모른다.

오전 수업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늦되는 꼬마 남자아이들이 운동화 끈을 묶어 달라며 소녀에게 매달린다. 소녀는 어디서 배웠는지, 눈부시다는 듯 한쪽 눈을 가늘게 찡그리고 아이들을 내려다본다.

엄마가 올 때가 됐는데.

저번 인디언 놀이 행사 때도 엄마는 오지 않았다. 교감 선생님과 짝을 하며 둥그렇게 누워 입을 두드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소녀는 낮은 벽돌담 너머를 계속 바라본다.

저 멀리 케이크 상자를 묶은 진핑크색 노끈이 보인다.

엄마가 아니다.

*



유치원의 한 해가 끝나갈 즈음 졸업사진을 찍었다.

엄마는 머리를 예쁘게 만지고 소녀가 좋아하는 블라우스를 입었다. 연한 파랑에 남색 땡땡이 리본이 달린 옷이었다.

방학 중 어느 날, 소녀와 엄마는 사진관에 갔다.
카메라 앞에 선 엄마는 너무 예뻤다.

사진을 찍고 나와서 집으로 바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조금만 더 같이 걷고 싶었다.

소녀는 괜히 엄마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유치원 졸업식이 끝나고 앨범을 받았다.

엄마와 찍은 사진을 찾으며 한 장씩 넘기던 소녀의 손이 가족사진 페이지에서 멈췄다.

친구들 옆에는 아빠와 엄마가 함께 있었다.

누군가는 형이 있었고, 누군가는 할머니가 있었다.
소녀에게도 오빠와 아빠가 있다.

소녀의 앨범 사진 속에는 엄마와 소녀 둘만 있었다.

사진 찍는 날 비어 있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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