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

by 전 한 사람

소녀의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왔다.


아침이면 머리를 묶어 주는 손이 있었다

읍내에 오일장이 서면


은숙은

새 머리방울을 하나씩 사 왔고

양갈래도 하고

디스코 머리도 하고


어제와는 다른 아이가 되어

학교에 갔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그 손이 사라졌다.


머리를 묶어 주는 일도

머리를 감겨 주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소녀의 머리는

제일 먼저 달라졌다.


허리까지 오던 머리가

단발로 잘렸다.


이제는

아무의 손도

닿지 않는 머리였다.


‘오냐, 오냐’

‘이쁘다, 이쁘다’

동네 아줌마들은

마실을 와서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며

아이를 놀리며 울렸다.


울음을 터뜨리는 얼굴을

재미 삼아 보던 어른들


어느 순간부터

그 말도 사라졌다.

‘안 돼’,

‘왜 그러니’ 없이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아이는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이에서

다리 밑에 버려진 아이가 된다.


그때부터

그 아이의 이야기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조금씩 떨어져 선다.


혹시라도

그 아이의 불행이 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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