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말하기

영업팀과 협업하는 법

by RICE
"이번 달 목표 달성률이 몇 %죠? 지금 바로 알려주세요."


2022년 7월, K사 세일즈팀에서 일하던 첫날 받은 질문이었다.
당황스럽게도 답을 바로 할 수 없었다. 데이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손으로 계산해야 했다.
그날 밤 다짐했다.
"이걸 자동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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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현황 지표 자동화 구축



세일즈팀의 고통

2022년 7월, K사 세일즈팀에 합류했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영업 담당자들의 지친 얼굴이었다.


매주 반복되는 악몽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반복되는 풍경:


영업 담당자들이 엑셀 파일을 열고 손으로 데이터를 입력

지난주 신규 계약 건수를 일일이 세기

이탈 고객 리스트를 수작업으로 정리

각자의 데이터를 취합해서 팀장님께 보고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오전 2-3시간이 이렇게 날아갔다.


문제의 핵심

데이터는 있었다. 하지만:

CRM 시스템에는 고객 정보와 계약 정보

K사 예약 시스템에는 예약 데이터

N사 연동 데이터는 별도 시스템

광고 성과는 또 다른 곳


4개 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를 사람이 직접 찾아다니며 취합해야 했다.


첫 번째 자동화: 파트너 확보 현황 대시보드

프로젝트의 시작

세일즈팀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파트너(고객사) 확보 현황"이었다. K사와 N사, 둘 다 사용하는 매장이 몇 개인지, 각각만 사용하는 곳은 몇 개인지가 핵심 지표였다.

기존에는 매주 담당자가 수작업으로 집계했다:

ONLY N: 손으로 세기 K&N: 손으로 세기 ONLY K: 손으로 세기

이걸 자동화하기로 했다.


대시보드 구조 설계

먼저 영업팀이 정말로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파악했다:


전체 현황 한눈에 보기 ONLY N: 3.3K K&N: 6.1K ONLY K: 1.4K 전체 매장 수: 40,955개

지역별 현황 경기: 9,931개 (ONLY N 기준) 서울: 6,936개 지역별 K&N 점유율 확인

카테고리별 현황 HAIR: 25,423개 NAIL: 8,123개 AESTHETIC: 7,403개


기술 스택 선택

데이터 시각화를 위해 Tableau를 선택했다. 이유는:


SQL로 여러 DB를 조인해서 데이터 추출 가능

드래그앤드롭으로 쉽게 차트 생성

자동 새로고침으로 실시간 업데이트

팀원들이 웹에서 바로 확인 가능


구현 과정의 어려움

생각보다 복잡했다.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 정합성 CRM 시스템의 '활성' 상태 정의가 모호 N사 연동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중복 데이터 제거 로직

성능 이슈 4만 개 매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조회하면 느림 매일 새벽 배치로 집계 테이블 생성 대시보드는 집계 테이블 조회

필터 기능 설계 분류, 프로그램, 담당자, 매장명으로 필터링 드롭다운 방식으로 쉽게 선택 필터 적용 시 모든 차트가 연동되어 업데이트



두 번째 자동화: 입점/이탈 현황 추적

목표의 압박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목표: 신규 입점 1,500개

매월 영업팀은 이 목표 달성에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단순히 신규 입점만 보면 안 됐다. 이탈하는 매장도 있었기 때문이다.


핵심 지표 정의

영업팀과 협의해서 다음 지표들을 정의했다:

신규 입점: 해당 월에 새로 가입한 매장 수

이탈: 해당 월에 서비스를 중단한 매장 수

잔존: 입점은 했지만 이탈하지 않고 유지 중인 매장

순증: 신규 입점 - 이탈


월별 추이 시각화

Tableau로 만든 차트:

막대 그래프: 월별 입점/이탈 건수

선 그래프: 순증 추이

비중 차트: 입점 대비 이탈 비율


충격적인 발견

대시보드를 만들고 나서 발견한 사실:

2023년 1월: 신규 113건, 이탈 60건 → 순증 53건

2023년 2월: 신규 110건, 이탈 68건 → 순증 42건

2023년 3월: 신규 121건, 이탈 96건 → 순증 25건


이탈률이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아무리 신규 영업을 열심히 해도 기존 고객이 빠져나가면 의미가 없었다.

이 데이터를 보고 나서 회사 전략이 바뀌었다. 단순히 신규 영업만이 아니라, 고객 유지(Retention)에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자동화: 예약 현황 대시보드

K사 예약 시스템의 핵심 지표

K사의 수익은 예약 건수와 직결되어 있었다. 수수료 매출은 예약이 완료되어야 발생하기 때문이다.


추적한 지표들


예약 수 (전체/헤어/네일) 월간 총 예약: 약 20만 건 헤어: 약 17만 건 네일: 약 1.5만 건

기기 타입별 앱 예약: 약 7.5만 건 웹 예약: 약 13만 건 앱 vs 웹 비율이 중요 (앱 사용자 증가가 목표)

회차별 신규 예약: 약 2.5만 건 기존(재방문) 예약: 약 17.5만 건 재방문율이 높을수록 좋음

예약 기준 거래액 월간 약 90억 원 수수료율 적용한 실제 매출 산출



주간 트렌드 분석

월간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했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주간 단위 트렌드를 봐야 했다.

Tableau에서 주간 필터를 적용하면:

이번 주 예약 수가 지난주 대비 증가했는지 하락했는지

앱 예약 비중이 늘고 있는지

특정 주에 예약이 급증/급감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인사이트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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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기반 영업 전략 수립



지역별 집중 공략 전략

데이터가 보여준 기회

파트너 확보 현황 대시보드를 분석하다가 발견한 패턴:


경기/서울 지역:

ONLY N 비중이 매우 높음 (경기 9,931개)

K&N 전환 여지가 큼


부산/경남 지역:

상대적으로 K&N 비중이 낮음

아직 개척되지 않은 시장


전략 수립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업팀과 함께 전략을 수립했다:


경기/서울: 전환 집중 영업 ONLY N 매장 중 매출 상위 20% 타겟 K사만의 차별화 포인트 강조 무료 체험 기간 제공

부산/경남: 신규 시장 개척 지역 영업 인력 추가 배치 지역별 맞춤 프로모션 성공 사례 매장 섭외 및 홍보



결과

이 전략 시행 후 3개월:

경기/서울 K&N 전환율 15% 증가

부산/경남 신규 입점 25% 증가


데이터가 없었다면 감으로 영업했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줬다.


프로그램별 경쟁 전략

경쟁사 분석

대시보드에서 '연동 프로그램별 현황'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H사: 9,608개 (1위)

A사: 1,228개 (2위)

기타 CRM: 1,056개 (3위)


질문의 시작

"왜 H사가 압도적 1위일까?"
"그들이 우리보다 나은 점은 무엇일까?"
"우리가 공략할 수 있는 틈새는 없을까?"


경쟁사 분석 결과

영업팀과 함께 경쟁사 분석을 진행했다:


H사의 강점 오래된 브랜드 신뢰도 하드웨어(태블릿) 일괄 제공 전국 영업 네트워크

CRM의 강점 K사 연동 (예약 시너지) 모바일 앱 사용성 실시간 데이터 분석



차별화 전략

단순히 가격 경쟁을 할 순 없었다. 대신:

K사 예약 시스템과의 완벽한 연동을 강조

"CRM + K사 = 최고의 조합" 메시지

모바일 우선 전략 (CRM 경쟁사의 MO 전환 중심)


이탈 원인 분석과 대응


입점 월별 이탈 패턴

대시보드에서 충격적인 데이터를 발견했다:

2022년 1월 입점 매장의 이탈 추이:

2월: 20건 이탈

3월: 15건 이탈

4월: 21건 이탈

...계속 이탈


특히 입점 후 3개월 내 이탈률이 가장 높았다.


원인 분석

왜 초기에 많이 이탈할까? 영업팀과 CS팀에 인터뷰한 결과:


온보딩 실패 시스템 사용법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함 초기 설정이 복잡함 기대했던 기능과 다름

ROI 미충족 예약이 생각보다 안 들어옴 월 사용료 대비 효과가 적다고 느낌

경쟁사 전환 다른 CRM에서 더 좋은 조건 제시


대응 전략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입점 후 3개월 집중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입점 1주차: 전담 매니저 배정, 1:1 교육

입점 1개월: 사용 현황 모니터링, 미사용 시 연락

입점 3개월: 만족도 조사, 불만사항 즉시 해결


이 프로그램 시행 후 초기 이탈률이 30%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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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과 영업팀 사이의 미묘한 관계



언어가 다른 두 팀


첫 번째 장벽: 용어

처음 영업팀과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언어'였다.

영업팀이 사용하는 용어:

"이번 달 파이프라인이 얼마나 돼요?"

"클로징률이 너무 낮은데요"

"어카운트당 ARR이 얼마죠?"


나는 처음에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기획 용어와 영업 용어는 완전히 달랐다.

반대로 내가 "MAU", "Retention Rate", "Funnel"이라고 하면 영업팀도 고개를 갸웃했다.


통역사 역할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은 '통역'이었다:

영업팀의 질문을 데이터 쿼리로 번역

데이터 분석 결과를 영업팀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


예를 들어:

"이번 달 파이프라인" → "신규 상담 중인 매장 수 + 예상 계약 금액"

"클로징률" → "상담 → 계약 전환율"

"어카운트당 ARR" → "매장당 연간 반복 매출"


신뢰 구축의 과정

초기의 불신

처음 대시보드를 만들어서 공유했을 때 영업팀의 반응:

"이 숫자 맞아요? 제가 센 것과 다른데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거 맞죠?"

"이거 믿고 보고해도 되나요?"


영업팀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숫자가 틀리면 고객 앞에서 망신당하고, 상사에게 질책받는다.


검증의 과정

신뢰를 얻기 위해:

첫 한 달은 기존 엑셀 데이터와 대시보드 데이터를 병행

불일치하는 부분을 찾아서 수정

로직을 문서화해서 공유 (어떤 조건으로 집계하는지)


전환점

신뢰를 얻는 결정적 순간이 있었다.

한 영업 담당자가 고객사와 미팅 중 실시간으로 대시보드를 보여주며: "우리 서비스를 쓰시면 이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계약이 성사되었다. 그 이후로 영업팀은 대시보드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데이터가 만든 협업 문화

주간 데이터 리뷰 미팅

대시보드가 자리잡자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

매주 월요일 아침, '데이터 리뷰 미팅':

지난주 주요 지표 리뷰

특이사항 논의 (급증/급감한 지표가 있는지)

이번 주 액션 아이템 도출


이 미팅의 특징:

누구도 "느낌상", "아마도"라는 말을 안 함

모든 논의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빠름


PM의 역할 변화

세일즈팀에서 시작해서 솔루션기획팀으로 이동한 후에도, 영업팀과의 협업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역할이 바뀌었다:

세일즈팀 시절: 데이터를 '만드는' 사람

솔루션기획팀 시절: 데이터를 '활용해서 제품을 개선하는' 사람


영업팀에서 "이 지역 고객들이 특정 기능을 많이 요청하는데요"라고 하면, 그 데이터를 확인하고 실제 개발 우선순위에 반영했다.


갈등과 조율


숫자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

가끔 영업팀과 의견이 충돌할 때가 있었다.

영업팀: "이번 달 목표를 150건으로 높여야 합니다!" 나: "데이터상 전월 대비 15% 증가는 비현실적입니다. 120건이 적정합니다."

영업팀 입장: 높은 목표가 동기부여가 됨 내 입장: 데이터 기반 달성 가능한 목표 설정


해결 방법

둘 다 맞는 말이었다. 해결책은:

스트레치 목표 (150건)와 현실적 목표 (120건) 두 가지 설정

120건 달성 시 기본 보상, 150건 달성 시 추가 보상

매주 진척도 모니터링하며 조정


이렇게 데이터(현실)와 야망(목표) 사이의 균형을 찾았다.


2년간의 데이터 여정


정량적 성과

대시보드 구축 전 vs 후:


업무 효율

주간 리포트 작성 시간: 3시간 → 30분 (80% 감소)

데이터 오류율: 15% → 2% (85% 감소)

의사결정 속도: 3일 → 당일 (즉시 결정 가능)


비즈니스 성과

목표 달성률: 1,500개 목표 대비 100.8% 달성

초기 이탈률: 30% 감소

영업 효율: 지역별 전략으로 전환율 15% 증가


정성적 변화

영업팀 문화의 변화


Before:

"이번 달은 느낌이 좋아요"

"열심히 하면 되겠죠"

근거 없는 낙관 또는 비관


After:

"지금 파이프라인 기준으로 85% 달성 예상입니다"

"이 지역 전환율이 높으니 리소스를 집중합시다"

데이터 기반 객관적 판단


PM으로서의 성장

세일즈팀에서의 6개월은 내 PM 커리어의 기초가 되었다:

데이터 분석 역량

비즈니스 이해도

크로스펑셔널 협업 능력


솔루션기획팀으로 이동한 후에도 이 경험은 계속 도움이 되었다. 영업팀의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데이터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은 PM의 핵심 역량이었다.


교훈


첫 번째: 데이터는 공통 언어
서로 다른 팀이 협업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공통 언어'다. 데이터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를 제공한다.


두 번째: 자동화가 신뢰를 만든다
수작업 데이터는 항상 오류 가능성이 있다. 자동화된 시스템은 일관성과 신뢰성을 보장한다.
세 번째: PM은 통역사
PM의 역할 중 하나는 데이터와 사람 사이의 통역사다. 데이터를 이해하고, 이를 액션으로 연결하는 것.



다음 편: "CRM 고객이 이탈하는 진짜 이유"에서는 이탈 패턴을 더 깊이 분석하고, 자동 알림 기능을 구현했던 경험을 자세히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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