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커리어 설계하기

내가 도메인을 바꾸는 이유

by RICE

위 글은 'CRM PM의 현실' 편 전에 올렸어야 했으나 현생으로 인하여 할루시네이션이 와서 뒤늦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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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뷰티 CRM에서 물류로 갔어요?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2024년 6월 S사 면접에서 받은 질문이다.
2년간 뷰티 CRM PM으로 일하다가 갑자기 물류 포워딩 서비스로 도메인을 바꾼다는 게 확실히 의외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나름의 논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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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CRM → 물류 포워딩으로의 전환


전환 결정의 배경

2024년 초, K사에서의 2년이 지나면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 CRM이라는 도메인에서는 어느 정도 전문성을 쌓았지만, PM으로서 더 넓은 경험을 하고 싶었다.


T사에서의 경험이 준 힌트

사실 물류 도메인을 선택한 데에는 T사에서의 4개월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당시 H사 이집트 플랜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공급망의 복잡성과 비효율성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특히 인도네시아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원자재 조달부터 현지 납품까지의 전 과정을 경험하면서, 물류 프로세스의 디지털화 필요성을 절감했다. 수십 개의 서류를 수작업으로 처리하고, 각 단계마다 별도의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비효율성을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S사를 선택한 이유

S사는 바로 그런 물류의 비효율성을 디지털로 해결하려는 회사였다. 수출입 포워딩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면서, 복잡한 서류 작업과 트래킹을 자동화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특히 매력적이었던 점은 단순히 기존 물류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려는 접근법이었다. 화주(수출입을 하는 고객사)의 관점에서 전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있었다.


도메인 전환의 논리


첫 번째: B2B 경험의 연속성

뷰티 CRM과 물류 포워딩은 완전히 다른 도메인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둘 다 B2B 서비스다. K사에서 미용실 사장님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해결해온 경험이, 수출입 업체 대표들의 니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B2B 고객들의 공통점이 있다.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싶어하고, 실시간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싶어하며,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원한다.


두 번째: 데이터 복잡성에 대한 경험

CRM에서 고객 데이터, 예약 데이터, 매출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다뤄본 경험이 물류 도메인에서도 유용할 거라고 생각했다. 물류는 선적, 통관, 운송, 배송 등 각 단계마다 수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K사에서 영업/운영 관리 대시보드를 만들면서 배운 데이터 시각화와 자동화 경험이 물류 트래킹 서비스에 직접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 번째: 외부 API 연동 경험

CRM에서 카카오워크 연동, 결제 시스템 연동 등을 경험하면서 외부 API 연동에 대한 이해도를 쌓았다. 물류 포워딩은 관세청, 선사, 항만공사 등 수많은 외부 시스템과 연동해야 하는 서비스다.

복잡한 외부 시스템과의 연동을 통해 사용자에게는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 이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PM 업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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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도메인에서 배운 PM 스킬의 차이점


뷰티 CRM에서 배운 것들


사용자 중심 설계의 중요성

미용실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용자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가장 큰 배움이었다. 하루 종일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미용사들에게는 복잡한 UI가 큰 스트레스였다. 직관적이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설계의 중요성을 배웠다.

B2B 고객의 이탈 패턴 분석

CRM 백오피스 개선 프로젝트를 통해 B2B 고객들이 서비스를 떠나는 이유와 패턴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기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업무 플로우에 맞지 않거나 기대치와 달라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마케팅과 제품의 연결

광고 플랫폼 개편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 기능과 마케팅 전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배웠다. 단순히 기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이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물류 포워딩에서 배우고 있는 것들


규제와 기술의 균형

물류는 정말 규제가 많은 도메인이다. 관세청 신고, 검역소 승인, 원산지 증명 등 수많은 법적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면서도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는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

BL(선하증권) 자동 발행 기능을 기획할 때가 대표적이었다. 법적으로 필수인 정보들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지만, 사용자가 입력하기 어려운 정보들은 AI 파싱을 통해 자동으로 추출하도록 설계했다.


복잡한 프로세스의 단순화

수출입은 정말 복잡한 프로세스다. 견적 요청부터 최종 배송까지 20-30단계를 거쳐야 하고, 각 단계마다 다른 이해관계자가 관여한다.

이런 복잡성을 사용자에게 그대로 노출하면 절대 쓸 수 없는 서비스가 된다. 백엔드에서는 복잡한 로직을 처리하지만, 프론트엔드에서는 5-6단계의 간단한 플로우로 보이도록 설계하는 게 핵심이다.


실시간 데이터의 중요성

물류에서는 "지금 내 화물이 어디에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정보다. 트래킹 기능 고도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실시간성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다.

단순히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정보로 가공해서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부산항 도착"이라는 원시 데이터를 "통관 진행 중, 예상 완료일: 3일 후"라는 사용자 친화적 정보로 변환하는 것이다.


두 도메인의 공통점과 차이점


공통점: B2B 서비스의 본질

두 도메인 모두 B2B 서비스이기 때문에, 고객사의 업무 효율성 향상이 핵심 가치다. 사용자(직원)는 많지만 의사결정자(사장)는 소수인 구조도 동일하다.

또한 두 도메인 모두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미용실 예약이 꼬이거나 수출 서류에 오류가 생기면 고객사의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차이점: 복잡성의 수준

가장 큰 차이는 복잡성의 수준이다. CRM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CRUD 작업이 많지만, 물류는 외부 시스템과의 연동이 필수다.

또한 CRM은 주로 국내 법규만 고려하면 되지만, 물류는 수출국과 수입국의 법규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이집트로 수출할 때와 베트남으로 수출할 때 요구사항이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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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전환 시 고려사항들


도메인 지식 vs 일반화된 PM 스킬


전문성의 깊이와 넓이

PM으로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하나의 도메인에서 전문성을 쌓을 것인가, 아니면 여러 도메인을 경험할 것인가"다.

내 선택은 후자였다. 물론 CRM 전문 PM으로 계속 커리어를 쌓을 수도 있었지만, PM의 핵심 역량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설계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능력은 도메인을 넘나들며 더 잘 기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학습 곡선의 관리

새로운 도메인으로 전환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학습 곡선이다. 물류 용어부터 새로 배워야 하고, 업계 관행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이전 도메인에서의 경험이 완전히 무용하지는 않다. B2B 고객과의 소통법, 데이터 분석 방법론, 프로젝트 관리 스킬 등은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전환 시기의 중요성


2년 경험의 의미

K사에서 2년을 채우고 나서 이직을 결정한 이유가 있다. 1년차에는 도메인을 이해하는 데 집중했고, 2년차에는 실제로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2년 정도면 해당 도메인에서의 기본기는 충분히 쌓았다고 판단했다. 더 오래 있어서 전문성을 더 깊이 파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도메인에서의 경험을 통해 PM으로서의 시야를 넓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장 타이밍

2024년은 물류 디지털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이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늘어난 수출입 물량을 기존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시장 타이밍에 맞춰 도메인을 전환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PM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실제 전환 과정에서 배운 것들


기존 경험의 활용법

S사에 합류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존 CRM 경험을 물류 맥락에 맞게 번역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CRM에서 "고객사 이탈 패턴 분석"을 했던 경험을 "화주사 재구매 전환 마케팅 캠페인"에 활용했다. 도메인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문제를 다루는 것이었다.


새로운 도메인의 학습법

물류 도메인을 빠르게 학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고객사 인터뷰: 실제 수출입 업체 대표들과 직접 만나서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

데이터 흐름도 분석: 실제 API를 통해 적재되는 데이터의 흐름도를 직접 파악하고 분석

전문가 멘토링: 20년 경력의 물류 전문가에게 주 1회 멘토링을 받음

경쟁사 분석: 기존 포워딩 업체들의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보며 페인 포인트 파악


실패와 교훈

처음 3개월은 정말 어려웠다. CRM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물류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가장 큰 실수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잘못 파악한 것이었다. CRM 사용자(미용사)는 빠르고 간단한 기능을 원했지만, 물류 사용자(무역업체 직원)는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원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CRM 방식으로 UI를 설계했다가, 사용자 테스트에서 "정보가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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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의 회고: 도메인 전환이 가져다준 것들


성과 지표로 본 성공

BL 자동 발행 기능: 운영자 생산성 150% 향상 적하목록 신고 자동화: 신고 실패율 40% → 10% 감소

트래킹 기능 고도화: 고객 VOC 75% 감소 재구매 전환 캠페인: 재구매율 9.2% 상승

이런 성과들은 단순히 물류 도메인 지식만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었다. CRM에서 배운 사용자 중심 사고, 데이터 분석 능력, 자동화 경험이 모두 합쳐져서 나온 결과다.


PM으로서의 성장


문제 정의 능력의 향상

두 개의 완전히 다른 도메인을 경험하면서, 표면적인 요구사항 뒤에 숨어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찾아내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기술적 이해도의 확장

AI 파싱, 외부 API 연동, 실시간 데이터 처리 등 새로운 기술 영역을 경험하면서 PM으로서의 기술적 이해도가 한 단계 성장했다.


비즈니스 임팩트 창출 능력

CRM에서는 주로 기존 고객의 만족도 향상에 집중했다면, 물류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하고 있다. 더 큰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PM으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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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도메인 전환을 고민하는 PM들에게


도메인 전환은 분명 쉬운 결정이 아니다. 기존에 쌓은 전문성을 일부 포기해야 하고, 새로운 학습 곡선을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PM이라는 직업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다양한 경험이 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서로 다른 도메인에서의 경험이 만나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관점과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왜" 전환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어떻게" 기존 경험을 새로운 도메인에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다.

내 경우에는 T사에서의 물류 경험과 K사에서의 B2B PM 경험이 만나서, 물류 디지털화라는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도메인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보길 권한다. PM은 결국 "문제 해결사"이고, 문제는 어느 도메인에나 있으니까.


다음 편부터는 뷰티 CRM PM의 현실적인 경험들을 더 자세히 들려드리겠습니다. "뷰티샵 사장님들과 2년간 일하며 배운 것들"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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