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용기와 절제의 덕을 쌓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용기와
욕망과 쾌락을 조절하는 절제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현명과 정의'의 덕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의 나에게 구체적인 방법보다는 성찰이 필요했는데, '용기와 절제'의 덕을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삶 속에서 행할 수 있었다.
성서 안에도 ‘절제와 용기’에 관한 구체적 내용이 나온다. 그중 내게 꼭 필요했던 절제의 항목들이 있어 언젠가부터 삶 속에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는 현대의 ‘미니멀리즘’ 과도 통한다. ‘미니멀리즘’은 원래 미술 등 시각 예술 분야에서 최소한의 도구를 이용해 본질만 남기자는 의도로 시작되었는데 단순함을 추구하며 생활의 여러 부분에 걸쳐 영역을 확장했다. 이를 따르다 보면 자연스레 소비도 줄고 소유도 줄게 되는 것 같다.
절제
‘얘야, 살아가면서 너 자신을 단련시켜라. 무엇이 네게 나쁜지 살펴보고 거기에 넘어가지 마라. 사실 모든 것이 누구에게나 좋은 것이 아니며 모든 것을 누구나 즐기는 것은 아니다.’(집회 37,27-28)
나 자신을 단련시키기 위해 필요한 절제는 세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앎에 절제’이다.
‘앎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신심을.’(2 베드 1,6)
앎에 대한 절제와는 결이 좀 다르지만, 몇 년 전에 일단 눈에 보이는 책을 정리하기로 했다. 거의 일주일에 걸쳐 정리를 한 후 필요한 분들에게 무료 나눔을 그리고 나머지는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향했다. 그 이후로는 충동적인 책 구매를 자제하고, 읽고 싶은 책은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그런 후에도 다시 읽고 싶고, 갖고 싶은 경우 신중히 구입을 했다. 책에 대한 구매 또한 앎에 대한 절제가 부족해서 비롯된 적이 많았기에.
독서는 꼭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음식을 잘못 먹거나 과식하면 탈이 나는 것처럼 독서 또한 비슷하다. 독서를 통해 자기 확신과 자기 틀이 점점 강해져 오히려 더 독선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세상은 보지 못한 채 오히려 자기 기준에 좋은 책, 나쁜 책을 구별하고 점점 그 안에 갇히곤 한다. 세상에 벽을 쌓고 자기만의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경우이다. 앎도 절제를 하고, 또 함께 나누는 것이 꼭 필요한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음식에 절제’이다.
‘음식을 절제하면 건강한 잠을 이루고 일찍 일어나 기분이 상쾌하다.’(집회 31,20)
맛있는 것을 먹으면 행복하지만, 맛있는 것을 위한 행복은 될 수 있으면 줄이려고 한다. 시장에 갈 때면 장바구니를 갖고 될 수 있으면 걸어간다. 작은 장바구니 안에 담길 만큼, 또 들고 걸어올 수 있을 무게만큼 꼭 필요한 것만 사려고 한다. 식구가 줄은 탓도 있지만 싼 가격에 혹한 대량 구매는 이제 거의 안 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쟁여 놓았다가 버리는 일도 줄일 수 있었다. 냉장고를 바꿀 기회가 되면 될 수 있으면 작은 크기의 냉장고를 사려고 한다. 딱 그만큼만 장을 보고, 그 재료가 시들기 전 부지런히 요리할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혀에 절제’이다.
‘혀를 절제하는 이는 갈등 없이 살고 뜬소문을 싫어하는 이는 잘못을 덜 저지르리라.’((집회 19,6)
사람들을 만나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다 보니 이에 대한 절제가 절실하다. 특히 혀에 절제에는 말을 적게 하거나, 함부로 말을 옮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확신에 찬 말’을 제일 경계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말을 맹신하고 잘 믿는 경우가 많다. '00이 건강에 좋다'는 보고서를 인용하면 그다음에 그 물건이 동이 난다 한다. 하지만 또 얼마 지나면 ‘알고 보니 00에만 좋고 나머지 경우는 오히려 해가 된다’는 기사가 여지없이 난다. 정말로 모든 것이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다.
과학의 역사 또한 과학의 지식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수세기 동안 진리의 기준이었던 뉴턴의 물리학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고, 양자역학 또한 새로운 사실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하물며 가치를 논하는 교육에서는 그것이 더욱 절실하다. 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다. 결혼, 육아, 부모교육, 관계 소통, 리더십 교육 등. 누군가에게 좋았던 것을 어떻게 모두에게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에 관해 오래도록 생각했다. 그 이후로는 말이 힘들다. ‘~하기 위해서는 ~해라’라는 말을 경계해야 함에도 사람들은 구체적인 방법과 정답을 원한다. 누군가의 말을 믿고, 따르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혀에 절제이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 절제와 현명함이 절실한 덕목이다. 성서의 모든 말씀이 은유와 비유로 쓰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모든 절제를 행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이 용기라고 생각한다. 용기는 결심과 도전을 실행하기 위해 가장 필요하지만 동시에 포기를 위해서도 가장 필요하다. 물론 이때의 포기는 자포자기가 아닌 인정이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무모하게 욕심 내지 않고 기꺼이 인정하는 마음이다. 영화 <노매드 랜드>는 종교와는 전혀 무관한 영화이지만 주인공을 통해 성찰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열심히 살던 주인공은 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삶에 대해 정치, 사회적인 비판과 울부짖음 대신 스스로의 성찰을 택했고 이런 그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 비판이라는 쉬운 길 대신 성찰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한 것에 신앙인의 자세를 보았다. 세상과 타인을 향한 비난 대신 수용을 통한 성찰. 그 과정은 결코 아름답고 평온하지 않지만 그의 길에서 겸손과 인정에 대한 용기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