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중반에 접어드신 아버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몸 안에 암 덩어리가 제멋대로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많이 진행되지는 않아서 몇 시간의 수술로 덩어리를 제거하고 지금은 회복 중이시다. 해병대 출신임을 자랑으로 내세우시면서 건강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하셨는데 수술 후에는 기력이 약해지신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하다.
옛날에 삼 년 고개라는 고개가 있었다. 높거나 험한 고개는 아니었지만, 이 고개를 넘다가 넘어지면 삼 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고개를 넘어갈 때면 조심조심 넘어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엉금엉금 기어서 넘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날 오십을 갓 지난 한 남자가 그 길을 넘어가다가 잠시 딴눈을 판 사이에 돌부리에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그런 사실을 숨기고 평상시대로 살았다. 그런데 삼 년이 다 되어갈 무렵부터는 소화도 되지 않고 몸의 기력도 쇠해져서 몸져눕고 말았다. 의원을 불러 아무리 진맥해도 도무지 병명을 알 길이 없었다. 어느 날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왔다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더니 삼 년 고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제 내일이면 삼 년이 되는 시간이라고 말하고는 손자에게 건강하게 자랄 것을 부탁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손자는 "할아버지, 한 번 넘어지면 삼 년을 사니까 지금 또 그 고개에 가셔서 한 번 더 넘어지면 삼 년을 더 사시는 거 아니에요?"라고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이 말을 들은 남자는 그 고개에 다시 올라가서 몇 번을 더 넘어지고는 오래 살았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산다면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음을 바꿔 먹으면 안 되는 일도 된다는 이야기다. 또한 손자의 단순한 생각이 할아버지를 살린다는 '효'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옛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다른 곳에 있다. 이 고개는 삼 년 고개다. 넘어지면 삼 년 밖에는 살지 못한다. 실제로 그런 고개는 없다. 넘어져서 삼 년 밖에 살지 못한다면 아무도 그런 고개로는 다니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고개를 넘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목숨 걸고 넘어간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먹을 것, 입을 것, 머물 곳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그 고개는 삼 년 고개가 아니라 하루 고개일 수도 있다. 이 이야기는 그런 사람들에게 보내는 격려가 아니었을까? 누구나 살면서 힘든 일을 겪게 마련이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일은 옛날에는 흔한 일이었지 싶다. 그런 일에 낙담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이 이야기는 여러 번 넘어지는 실패에 관한 이야기며 넘어지고 넘어지다 보면 똑바로 설 수 있다는 우리 삶의 이야기다. 게다가 삼 년 고개를 넘어가지 않으면 고개 너머의 삶은 그만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고개 넘어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반드시 넘어봐야 알 일이다.
오늘은 아들 녀석과 아버지에게 가야겠다. 그래도 아버지가 손자를 보시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신다. 또 좋아하시는 오리백숙이나 먹으면서 아버지의 백령도 군 생활 이야기와 그간에 실패했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 그런 일들이 모여서 지금의 아버지가 계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