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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짱쓸 Aug 07. 2016

#48.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10년째 연애중



드디어 길었던 연애의 마침표를 찍고 결혼식을 올렸다. 마흔 일곱개의 글에 담아냈듯 우리의 연애 기간은 훌쩍 십년이 다 되어 있었고 그는 나에게, 나에게 그는 서로 20대의 청춘을 함께 해 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결혼하면 뭐가 달라요?"


장기연애를 한 내가 결혼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글쎄. 뭐가 다를까. 시댁이 생긴다는 것? 아이계획을 정당하게 세울 수 있다는 것? 이 남자가 알고보니 코를 곤다는 것?솔직히 나도 명확한 답은 내리지 못 했다.


정신없던 결혼식을 마치고 우리는 다음 날 발리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 동안 고생했던 시간과 노력들을 보상받는 순간이라 생각했다. 그저 푹 쉬다가자 라는 생각 뿐.


4박6일 간의 신혼여행이 끝날 때 쯤엔 친정집에 먼저 가서 인사를 드려야 할까, 양가 부모님 선물은 뭐가 좋을까, 축의금 정리도 해야 하는데 등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밀려온다.


결국 그와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퉜다. 무엇 때문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며칠간 이어진 이 중요한 결혼이라는 과정 속에서 서로 너무 지쳐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모두 드리고, 집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내일은 또 다시 출근, 일상의 시작이다. 우리는 이 허무했던 무언가를 위해 그토록 긴 시간 사랑하고 고민해 왔던 것인가. 온갖 생각이 날 괴롭힌다.


신혼여행 후 곧바로 일상에 투입하느라 혼인신고도 바로 하지 못 했다.(서로 신경쓰지 못 하다가 결국 1년이 지난 후 혼인신고를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에게 결혼식은 수 많은 우리의 시간들 중 한 페이지를 차지할 뿐 그 이상의 중요한 어떤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랑할 날이 너무 많다. 사랑하는 데 있어서 서로에 대한 책임감을 좀 더 부여해주는 데 필요한 촉매제, 그 것이 결혼이었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연애를 했고, 10년째 되는 해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10년째, 또 다시 연애를 이어가는 중이다.


물론 결혼 전에 비해 챙겨야 할 것들이 늘고, 살림이라는 새로운 전공을 이수해야 할 처지에 놓이지만, 우리는 그저 그 동안 해왔듯, 사랑하고 믿고 아껴주면 된다.


우리가 그렇게 해왔듯, 9년이란 시간동안 함께 꿈꾸고 미래를 설계하고, 우리의 행복한 시간을 준비해왔듯, 해 온 그대로 이어가면 되는것이다.


다툴 일이 늘 수도 있고,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토라지는 날들도 있겠지만. 지난 9년이란 시간동안 너무나 많이 이겨왔던 것들이기 때문에 그다지 겁 나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9년째 연애를 마치고.


식을 올린 후

또 다시

10년째 연애 중이다.



(해가 바뀐 올해는 11년째 연애를 이어가는 중이겠구나. 올해는 작년보다 더 예쁘게 연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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