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략과 구조적 리스크 분석 - 전략기획
2021년, 하이브는 약 1조 1858억원에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하며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후 2023년에는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를 3,140억 원에 추가 인수하며 존재감을 확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하이브의 미국 법인 하이브 아메리카는 연이어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순손실 약 80억 원
2022년 순손실 약 748억 원
2023년 순손실 약 1,424억 원
2024 적자 확정, 정확한 액수는 발표 X
4년 연속 적자다. 그럼에도 하이브는 왜 이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가?
하이브는 'BTS 이후'를 준비하고 있었다.
K-POP 모델의 수직계열화 전략은 이미 국내에서 정점에 달했으며,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글로벌 확장이 필요했다.
미국은 음악 시장 규모 세계 1위, 스트리밍·라이브·팬덤 산업의 중심지다. 단순한 해외 진출이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한 필수 거점이었다.
하이브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두 개의 주요 엔터테인먼트 그룹과 하나의 홍보 전문 회사를 인수했다.
첫 번째는 이타카 홀딩스(Ithaca Holdings)다. 2021년 약 1조 원에 인수한 이타카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데미 로바토 등 글로벌 슈퍼스타들이 소속된 SB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기업으로, 하이브는 이를 통해 미국 팝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보하고자 했다.
두 번째는 QC 미디어 홀딩스(QC Media Holdings)로, 2023년에 약 3,140억 원에 인수되었다. QC는 릴 베이비(Lil Baby), 미고스(Migos), 시티 걸즈(City Girls) 등 인기 힙합 아티스트들이 소속된 애틀랜타 기반 힙합 레이블로, Z세대를 중심으로 한 미국 힙합 시장을 타깃으로 했다.
이 두 건의 인수는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니라, 하이브가 팝과 힙합이라는 미국 내 양대 주류 장르를 동시에 겨냥한 전략적 행보였다.
추가로, 2024년 하이브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한 PR 전문 기업 'The Agency Group PR LLC'의 지분 51%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는 하이브 아메리카의 현지 홍보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 시장에서의 콘텐츠·브랜드 확산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였다.
하이브가 미국에서 적자를 내는 구조는 크게 세 가지 요인에서 기인한다.
인수합병 이후에도 별도 운영비·인건비 부담은 상당
특히 미국은 인건비, 마케팅비, 고정비 구조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타카, QC 모두 자체 수익 창출력이 BTS 수준은 아님
현지 아티스트를 글로벌화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익보다 앞서는 구조
미국 시장은 글로벌 K-POP 팬덤과 달리, 현지 밀착형 전략이 필요
하이브의 기존 성공 방정식이 현지에선 동작하지 않는 영역이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브가 이 시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사업적·전략적 필연성 때문이다.
미국은 글로벌 음악 산업의 중심지다. 글로벌 IP로 성장하려면 결국 미국 내 입지를 가져야 한다.
투자자 관점에서도 하이브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 프레임을 유지해야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K-POP 성공은 이미 검증됐고, 하이브의 다음 챕터는 '글로벌 콘텐츠 오리지널리티' 확보다.
2024년 기준, 하이브 전체 매출의 약 66%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하이브가 이미 '국내 기획사'가 아니라, 글로벌 팬덤에 기반한 콘텐츠 기업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한 미국 시장을 포기하면, 아티스트 수직계열화 → 글로벌 확장 → D2C 수익화라는 하이브의 구조 자체가 한국 중심에 묶이게 된다. 그건 장기적으로 하이브의 미래를 제약한다.
하이브는 적자를 감수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단기 손실이 아닌 장기적 포지셔닝을 위한 투자다.
하이브는 미국 시장에서의 적자를 단기 손실로 간주하며, 중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층적인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 핵심은 현지화, 기술 기반 플랫폼 확장,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라는 세 가지 축이다.
하이브는 2024년 Geffen Records와의 합작을 통해 글로벌 걸그룹 'KATSEYE'를 데뷔시키며, 미국 현지 중심의 아티스트 육성에 나섰다.
QC 인수를 통해 릴 베이비, 미고스 등과 같은 힙합 아티스트를 영입하고, 미국 로컬 시장 기반의 레이블 영향력을 확보했다.
위버스 플랫폼을 미국 시장에서도 확장 중이며, 팬덤 기반의 커뮤니티, 커머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여 락인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2021년 두나무와의 합작으로 미국 현지에 NFT 플랫폼 기업 'Levvels'를 설립, 글로벌 팬을 겨냥한 디지털 자산 수익 모델도 실험 중이다.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10년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콘텐츠 유통망을 확보했고,
디즈니+와의 콘텐츠 협업을 통해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에서 하이브 IP의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하이브는 단순히 아티스트를 수출하는 모델을 넘어, 글로벌 시장 내에서 현지화된 IP를 직접 기획·운영하는 구조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하이브는 더 이상 'BTS 소속사'로만 정의되지 않으려 한다. 이제는 글로벌 IP를 기획·운영·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형 콘텐츠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중이다.
하이브는 현재 미국에서 적자를 내고 있지만, 이는 단순한 재무적 실패가 아니라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적 전환 비용이다.
이타카, QC, 그리고 The Agency Group PR 인수를 통해 콘텐츠-아티스트-홍보까지 수직적으로 통합하려 했고, NFT 플랫폼, 위버스, 글로벌 유통 계약을 통해 플랫폼 중심의 수익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
이 모든 시도는 K-POP을 수출하는 모델에서 벗어나, 현지화된 글로벌 IP 기업으로의 진화를 위한 실험이다.
그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아직은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실험이 없었다면 하이브는 한국을 벗어난 진짜 글로벌 기업으로 평가받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하이브는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선점하려고 베팅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