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2024년, 하이브는 연간 매출 2조 2,000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22.6%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 3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되었다.
"역대 최대 매출인데 왜 적자일까?" 이 질문은 단순한 회계 문제가 아니라, 하이브의 비즈니스 구조가 맞이하고 있는 확장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2024년 하이브의 매출 성장은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
앨범 판매와 투어 확대: BTS 멤버들의 솔로 활동, 세븐틴·뉴진스 등 멀티 IP의 음반·투어 실적 호조
위버스 커머스 강화: 글로벌 팬 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위버스의 거래 규모 확대
미국 시장 확장 효과: 이타카, QC, PR 법인 등 미국 자회사의 외형 성장
즉, 외형 성장은 분명하다. 하이브는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고, 더 많은 글로벌 팬에게 판매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다른 이야기다. 2024년 하이브가 적자를 기록한 핵심 원인은 다음과 같다.
하이브 아메리카는 2023년 1,424억 원의 순손실에 이어 2024년에도 상당한 적자를 기록
현지 아티스트 육성과 브랜드 투자에 따른 고정비 증가
하이브는 다양한 신규 IP를 육성하며 콘텐츠 투자 규모를 확대
글로벌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프로덕션, 마케팅 비용 모두 증가 추세
일부 자회사 영업권 손상 처리 등 회계적 손실 반영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도 적자 확대에 기여
이 질문이야말로 이번 실적이 던지는 진짜 쟁점이다.
단기 매출은 성장하지만,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기업가치는 흔들릴 수 있다.
하이브의 반복 수익 모델인 위버스 커머스와 멤버십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에서 BTS IP 의존도는 높다.
신규 IP가 자리잡기까지의 비용이 크고, 미국 시장 공략은 고비용 장기전이다.
즉, 하이브의 현재 수익 구조는 투자 성장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전환점에 놓여 있다.
하이브의 이번 실적은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K-콘텐츠 산업 전체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콘텐츠 산업은 IP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지만, 고정비 기반의 수익성 확보는 그보다 느리다.
글로벌 팬덤은 빠르게 형성될 수 있지만, 플랫폼화·상품화·지속 가능성 확보는 별개의 과제다.
하이브처럼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기업일수록, 이 간극은 더 크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하이브는 지금 성장과 수익성의 갈림길에 서 있다.
매출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지만, 수익은 따라오지 않았다. 이는 콘텐츠 산업의 고정비 중심 구조와 하이브의 미국 시장 중심 확장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하이브는 현재 BTS 공백기와 신규 IP 육성이라는 전환기를 통과 중이다. BTS는 압도적인 수익을 만들어온 IP였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멀티 레이블 전략과 미국 시장 중심의 로컬 아티스트 개발은 모두 장기 투자 구조를 따른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미래를 겨냥한 선택인 것이다.
더불어 하이브의 반복 수익 모델인 위버스 플랫폼, 커머스, 멤버십도 여전히 투자 회수 구간에 있다. 이 구조를 통해 얼마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향후 수익성 회복의 관건이다.
즉, 2024년의 적자는 하이브가 구조적으로 성장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통과의례'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손실이 반복된다면, 하이브의 글로벌 전략은 재조정이 불가피해진다.
2025년 이후 하이브의 과제는 명확하다. 'IP → 팬덤 → 수익화'라는 선순환 고리를 더 정밀하게 설계하고, 기존 IP 의존도를 낮추며 수익 구조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
단순한 확장이 아닌, 견고한 수익 모델의 정립 없이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위상도 지속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