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2021년 7월, 카카오는 멜론을 물적 분할하여 100% 자회사 '멜론컴퍼니'로 독립시켰다가 불과 2주 만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다시 합병시켰다. 외견상으로는 급작스럽고 혼란스러운 결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사건은 카카오가 콘텐츠 산업 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설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카카오의 멜론 재편 과정을 단기적 이벤트가 아닌 플랫폼 전략, 자산 리빌딩,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관점에서 해석한다.
2010년대 중후반, 카카오는 '카카오M(구 로엔)'을 인수하며 콘텐츠 시장에 진입했다. 당시 멜론은 국내 1위 음원 플랫폼이었고, 음원 유통을 넘어 아티스트 기획까지 사업을 확장 중이었다. 하지만 이후 카카오M →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의 전환 과정에서 멜론은 별도 법인으로 물러나 있었고, 오히려 드라마, 웹툰, 소설 등 비음악 콘텐츠 중심의 IP 개발이 강화되었다.
이처럼 카카오의 콘텐츠 전략은 "소유보다 유통", "IP보다 플랫폼", "플랫폼보다 슈퍼 IP" 중심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멜론의 ‘다시 끌어안기’는 단순한 합병이 아니라 콘텐츠 자산의 전략적 리포지셔닝이라 볼 수 있다.
2021년 7월 1일, 멜론은 물적 분할로 '멜론컴퍼니'라는 자회사로 독립된다. 일반적으로 물적 분할은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가진다:
지배구조 단순화 및 사업별 리스크 분산
IPO를 위한 사전 포석
외부 투자 유치의 유연성 확보
카카오 입장에서 멜론은 두 가지 측면에서 ‘애매한 포지션’이었다. 카카오톡 플랫폼과 직접적인 연동 구조가 약했고, OTT나 웹툰처럼 해외 확장성이 높지도 않았다. 따라서 멜론의 존재 가치는 재정의가 필요했고, 그 첫 단계가 '독립적 구조'로의 전환이었다. 이때까지는 멜론을 하나의 수익성 높은 자회사로, 별도의 수익 창출 기지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불과 2주 후, 카카오는 멜론컴퍼니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흡수 합병한다. 이 결정은 놀라웠지만, 결과적으로 세 가지 전략적 이득을 노린 판단이었다:
카카오엔터는 음악, 영상, 웹툰, 소설, 예능 등 모든 콘텐츠 장르를 아우르는 멀티 IP 기업을 지향한다. 하지만 실제 소비 데이터를 갖고 있는 플랫폼은 부족했다. 멜론은 단일 플랫폼이지만 아티스트 트래픽, 소비자 DB, 실시간 소비 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콘텐츠의 기획 → 제작 → 유통 → 피드백을 단일 체계 안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당시 카카오는 엔터사업부의 IPO를 준비하고 있었다. 멜론은 연 매출 약 2,000억 원 이상, 견고한 수익구조를 갖춘 자산이었다. 이를 포함해 카카오엔터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 기업가치를 최소 10조 원 이상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였다.
→ 카카오엔터 + 멜론은 '스토리 기반 콘텐츠 + 음악 소비 플랫폼'의 완성형 구조로, 글로벌 투자자에게 보다 강력한 성장 논리를 제공하게 된다.
멜론을 흡수함으로써 카카오엔터는 단순한 제작사가 아닌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위상을 격상시킬 수 있었다. 이는 당시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플러스와 경쟁하는 국내 플랫폼들의 현실적 대응이기도 했다.
이 사건은 카카오의 전략 실행 방식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빠른 의사결정과 리포지셔닝 전략: 단기 분사와 합병은 단순한 혼선이 아니라, 단계별 구조 전환을 고려한 전략적 설계였다.
자산의 구조적 통합을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 '분할 → 합병'은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극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콘텐츠 시대의 플랫폼 전략: 단일 콘텐츠가 아닌, 소비 플랫폼과 생산 역량을 한데 묶는 방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멜론을 둘러싼 카카오의 일련의 결정은 단순한 조직 재편이 아닌, '콘텐츠 중심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구조적 전략이었다. 플랫폼과 IP, 그리고 소비 데이터를 통합함으로써 카카오는 단순한 플랫폼 기업이 아닌, 콘텐츠 기반의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왜 2주 만에 다시 합병했는가?’라는 질문은 실상 이렇게 바꿔야 한다.
“카카오는 왜, 콘텐츠 전략의 본질을 멜론과 함께 다시 쓰기로 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