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티빙은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되지 못하는가

전략기획

by 김준성

서론: 콘텐츠 제국의 OTT 도전, 그리고 침묵

CJ ENM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콘텐츠 강자다. tvN, OCN, Mnet, 그리고 수많은 예능과 드라마 IP를 보유한 CJ ENM은 2020년 OTT 전성기를 맞아 자체 플랫폼 '티빙'을 분사하며 본격적으로 OTT 시장에 진출했다.

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을 주도하고, 2021년 말 진출한 디즈니+는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 가운데, 쿠팡플레이가 파격적인 '무료+스포츠' 전략으로 급성장하는 상황 속에서 티빙은 강력한 콘텐츠 IP를 등에 업은 '국산 OTT의 희망'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티빙은 왜 '대항마'가 되지 못했는가? 이번 글은 티빙이 왜 CJ ENM의 티빙 진출 전략이 실패하였는지 전략적으로 분석해보는 것에 대해서 나눠보겠다.



CJ ENM은 왜 OTT에 직접 뛰어들었나?


콘텐츠에서 플랫폼으로: 수직계열화 전략

CJ ENM은 이미 드라마, 예능, 영화, 음악 등 국내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는 IP 강자였다. 하지만 콘텐츠만으로는 수익성과 브랜드 통제가 어려웠다.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판매하면서 발생한 한계는 "우리 플랫폼에서 직접 고객을 관리하고 수익화해야 한다"는 동기로 이어졌다. 즉, 디즈니처럼 IP-플랫폼-고객을 수직적으로 통합하고자 한 것이다.


OTT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타이밍

2020년 팬데믹 이후 글로벌 OTT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국내 OTT 시장 기준으로는 15 ~ 18%) 성장하며 폭발적 수요를 보였다. '더 늦으면 안 된다'는 인식 속에 CJ ENM은 2020년 10월 티빙을 분사해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전략적 투자자 유치: JTBC, 네이버

티빙은 CJ ENM이 분사한 자체 플랫폼으로, 이후 JTBC스튜디오(현 SLL)와 네이버로부터 전략적 지분 투자를 유치했다. JTBC는 콘텐츠 수급을 위한 파트너로, 네이버는 웹툰과 디지털 유통 시너지를 위한 기술 파트너로 참여했지만, 기대한 만큼의 통합적 시너지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티빙은 왜 실패했는가?

– 내부 전략의 구조적 한계와 경쟁 OTT와의 결정적 차이

CJ ENM은 티빙을 통해 콘텐츠 유통의 자립을 시도했지만,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과의 경쟁 속에서 점차 존재감을 잃었다. 실패의 원인은 단순한 경쟁 심화가 아니라, 내부 전략의 구조적 결함과 실행력 부족이었다.


1. 콘텐츠 전략: 많지만 특별하지 않았다

티빙은 방송 콘텐츠 중심의 송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시보기나 클립 편집 중심 콘텐츠는 YouTube, 네이버TV와의 차별성이 부족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도 늦고 미약했으며, 플랫폼 독점 콘텐츠로 작용하지 못했다. CJ ENM은 여전히 일부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공급하며 티빙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2. 유료화 전략: 가치를 만들지 못한 시점에 수익화 시도

2021년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플랫폼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료화를 전면 확대했다. 특히 일부 무료 콘텐츠를 점진적으로 유료 전환하면서, 사용자 경험보다 수익화를 우선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쿠팡플레이는 '로켓와우 멤버십'에 기본 포함되는 부가 혜택으로 제공되어, OTT 진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대폭 낮췄다. 별도 결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했다. 티빙은 이 두 전략 모두 실패했다.


3. UX와 기술력: 방송사는 기술회사가 아니었다

OTT는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큐레이션, 알고리즘, 안정적인 UX가 핵심이다. 넷플릭스는 기술 중심 DNA로 사용자 락인을 이끌었고, 쿠팡플레이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UX로 젊은 층을 공략했다. 반면 티빙은 앱의 속도, 추천 정확도, 인터페이스 모두에서 사용자 불만이 많았고, 기술 경쟁력이 약했다.


4. 브랜드 포지셔닝: 정체성 없는 플랫폼

티빙은 'CJ ENM 예능이 많은 앱' 이상의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지 못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프리미엄, 쿠팡플레이는 가성비+스포츠 독점이라는 명확한 포지션을 가져간 반면, 티빙은 중간자적 위치에 머물며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지 못했다.


5. 비교 종합 분석

티빙.jpg





결론

CJ ENM은 “콘텐츠만 잘 만들면 구독자가 따라올 것”이라는 전제에서 OTT 전략을 시작했지만, 티빙은 그 ‘잘 만든 콘텐츠’조차 충분하지 않았다. 콘텐츠 경쟁력에서 넷플릭스나 디즈니+에 비해 압도적이지 않았고, 동시에 플랫폼으로서의 기술력, UX, 사용자 락인 구조 또한 갖추지 못했다.

결국 문제는 “콘텐츠만으로는 부족하다”기보다는, 압도적인 콘텐츠도 없고 플랫폼 전략도 부실했다는 이중적인 실패 구조에 있었다.

OTT는 더 이상 콘텐츠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기술, 데이터 기반 추천, 심리적 진입장벽 해소, 가입자 락인 전략 등 플랫폼 산업의 본질이 함께 요구된다. 티빙은 콘텐츠 강자가 플랫폼 강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전략적 DNA를 갖추지 못했다.

CJ ENM이 이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명확하다. 티빙을 완전히 플랫폼형 조직으로 혁신시키거나, 콘텐츠 IP 사업자로서 다시 공급자 중심 모델로 회귀해 플랫폼과 협력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이제는 콘텐츠 자산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플랫폼 전환이란 단어를 쓰기 이전에, 플랫폼과 콘텐츠 모두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시작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코로나 팬데믹 이후 명품 시장은 왜 폭발적으로성장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