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확장의 전략 리스크와 플랫폼 현지화의 본질 - 전략기획
2024년 2월, 배달의민족은 베트남 시장에서의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2019년 ‘BAEMIN’이라는 이름으로 진출한 지 5년 만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수익성 악화와 점유율 저조가 원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략기획자의 관점에서 이 철수는 단순히 ‘실패’가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 확장 전략이반드시 직면하게 되는 구조적 리스크를 드러낸다.
이번 글에서는 배민이 베트남 시장에 왜 진출했고, 왜 철수했는가? 이 질문을 중심으로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모바일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는 국가로,젊은 인구 비중이 높고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빠른 시장이었다. 2019년 당시 배달앱 시장의 성장 여력도 크고 규제도 비교적 유연했다.
배달의민족의 베트남 진출은 국내 본사 우아한형제들이 아닌,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의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베트남 로컬 앱 ‘Vietnammm’을 인수하고, BAEMIN 브랜드로 리브랜딩했다.
BAEMIN은 한국에서 성공한 감성 중심의 UI, 일러스트 기반의 브랜딩, 깔끔한 사용자 경험을 수출 모델로 삼아 ‘한국 스타일 플랫폼’으로 시장을 설득하려 했다. Z세대 및 한류 감성을 겨냥한 전략이었다.
BAEMIN은 단순한 배달앱이 아니라, UX 경쟁력을 기반으로 커머스로 확장 가능한 플랫폼 실험체였다.
Grab은 플랫폼 내부에서 사용자 생애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반면, BAEMIN은 단일 서비스에 고립된 구조였다. 이 차이는 마케팅 효율, 수익 다변화 가능성, 사업 지속성 모두에 영향을 미쳤다.
BAEMIN은 5년간의 운영에도 시장 점유율 3위에 머물렀고,
Grab과 ShopeeFood가 80% 이상을 장악한 상태였다.
점유율 확대의 한계와 수익성 확보 가능성 저하로 전략적 판단의 계기가 되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2023년부터 글로벌 시장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비핵심 지역 철수 및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선회했다. 베트남은 핵심 수익시장이나 전략 우선 순위에서 제외된 지역이었다.
결국 BAEMIN의 철수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글로벌 HQ 관점에서의 자원 재배치 전략의 일환이었다.
단순히 ‘성장률이 높은 시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글로벌 확장에서 중요한 것은 수익화 모델의 확장 가능성, 락인 구조, 로컬 적합성, 경쟁 지형 분석이다.
확장은 영토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수익 구조를 재설계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BAEMIN의 철수는 단순히 한 시장에서의 후퇴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겪게 되는
비즈니스 모델 수출의 한계, 경쟁 환경 이해의 중요성, 그리고 선택과 집중의 의사결정 구조를 모두 보여주는 실증 사례다.
한국에서 성공한 플랫폼이라도, 그 구조가 그대로 다른 시장에 작동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확장은 전략적으로 설계되어야 하며,때로는 철수가 최선의 전략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