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2020년, 카카오는 자사의 B2B SaaS 서비스 ‘카카오워크’를 전격 출시했다. “카카오톡처럼 쉬운 협업툴”이라는 슬로건 아래, 코로나19로 급성장하던 재택·비대면 업무 환경을 기회로 삼았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카카오워크는 시장 점유율 확대는 물론 유료화 전환에도 실패한 대표적인 B2B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 초기 사용자 흡입력, UX 경쟁력 모두 갖췄지만 시장에서는 끝내 '선택받지 못한' 서비스가 됐다.
이번 글에서는 카카오워크의 실패를 통해 브랜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B2B SaaS 시장의 전략적 진입 조건을 구조적으로 분석해본다.
진입 타이밍: 코로나19 확산으로 협업툴 수요 급증기
제품 방향성: ‘카카오톡처럼 쉬운’ 기업용 메신저
시장 타겟: 슬랙, MS 팀즈가 확산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 중심
전략적 무기:
친숙한 UX (카카오톡 기반)
무료 플랜 확대 → 유료 전환 유도
빠른 시장 침투를 위한 가격 경쟁력
카카오워크는 기존 글로벌 SaaS와 달리 국내 사용자 정서와 UX 친화성을 무기로
‘B2B 시장의 카카오톡’을 만들겠다는 방향성을 지녔다.
그러나 이 전략은 근본적으로 시장 구조와 구매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출발했다.
카카오워크는 "익숙한 UX"에 집중했지만,
실제 B2B 협업툴 사용자는 사용자 경험보다 실질적 업무 효율성을 우선시했다.
슬랙은 모듈화된 채널 기반 협업 구조
MS 팀즈는 오피스 제품군과 통합된 워크스페이스
반면 카카오워크는 채팅 중심 커뮤니케이션 툴로 제한된 사용성만 제공
핵심 문제:
사용자가 원하는 ‘업무 생산성 툴’이 아니라, ‘카카오톡의 기업 버전’이라는 한정된 가치를 전달했다.
슬랙과 MS 팀즈는 다양한 SaaS 서비스(노션, 구글 캘린더, 지라 등)와의 연동을 통해 기업별 업무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확장 가능한 구조를 제공한다. 반면, 카카오워크는 자사 서비스 중심(메일, 캘린더 등)의 연동에 머물렀고, 업무 플로우를 통합 관리하는 데 있어 구조적 제약이 컸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편리함’보다 ‘유연성’과 ‘확장성’을 선택했다.
프리미엄 기능 → 유료 플랜 전환 시도
그러나 사용자 락인이 약한 상황에서 유료화 추진
→ 충성도 없이 가격만 높아진 구조
가격 정책 자체도 타 경쟁 서비스 대비 명확한 우위 없이 유사한 수준
결국, 카카오워크는 높은 CAC 구조에서 LTV를 확보하지 못했다.
한국 기업용 협업툴 시장은 이미 슬랙/팀즈에 의한 조기 포화 구조
특히 중견~대기업은 MS 오피스365 기반 업무 환경에 락인되어 있음
반대로 스타트업/중소기업은 슬랙과 노션을 조합하여 사용 중
카카오워크는 진입 가능한 틈새를 과대평가했고,
카카오 브랜드가 시장 진입장벽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과 달랐다.
카카오워크의 사례는
강력한 B2C 브랜드라도, 전략 없이 B2B 시장에 진입하면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카카오워크는 완성도가 부족한 제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누구를 위한 솔루션인가’에 대한 전략적 정의가 불명확했다.
UX나 기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 수익모델 설계 미비, 그리고 PMF 확보 실패에서 비롯된 전략적 실패였다.
카카오라는 브랜드는 B2C 시장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이었지만,
B2B 협업툴 시장에서는 브랜드보다 문제 해결력, 생태계 연결성, 조직 도입 효율성이 먼저 요구된다.
B2B에서 브랜드는 전략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전략이 준비되었을 때에만, 브랜드는 시장에서 진입장벽으로 기능한다. 카카오워크는 이 순서를 착각했고, 그 대가는 명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