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과 약사협회 벽 사이에서 멈춘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전략적 한계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진료를 받고, 약까지 집에서 받는 시대.”
이 꿈을 가장 빠르게 대중화하며 실현해낸 국내 스타트업 중 하나는 닥터나우였다. 코로나 시기 급격히 확산된 ‘비대면 진료’ 흐름 속에서 닥터나우는 진료 이후 처방전 전달과 약국 연계를 통해 비대면 헬스케어 경험을 제공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2023년 이후 닥터나우는 멈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앞에는 두 개의 거대한 기득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가 있었다.
이 글은 묻는다. 닥터나우는 왜 시장에서 환영받았음에도 확장에 실패했는가? 답은 명확하다. 혁신이 제도화되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 제도는 기득권이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닥터나우의 성장은 단순한 기술 확산이 아닌, 팬데믹이라는 사회적 변곡점에서 비롯됐다.
외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병원 방문은 리스크였음
경증 진료·약 처방이 가능한 ‘비대면 진료’는 대안이 되었고
닥터나우는 이를 앱/웹 기반으로 빠르게 구현해냄
앱/웹을 통한 실시간 진료 → 처방전 전송 → 제휴 약국 연계
진료 → 약 배송까지 논리적 완결성 있는 '헬스케어 경험' 제공
특히 2030 직장인·부모층 사이에서 호응
2020년 2월 24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 및 처방을 허용
덕분에 닥터나우는 법 개정 없이 사업 확장이 가능했음
인사이트: 닥터나우는 기술과 수요에만 반응한 게 아니라, 제도적 ‘틈’까지 전략적으로 활용한 케이스였다.
의사협회는 처음부터 ‘비대면 진료’ 자체에 반대해왔다.
“문진 중심 진료는 오진 가능성 높음”
“응급상황 판단 어려워 의료 책임 소재 불명확”
비대면 진료의 확산은 지역 병·의원 수익 타격
실제 일부 경증환자 수요가 닥터나우 등으로 이전
복지부·국회 대상 로비, 성명 발표, 집단 행동 가능
'국민 건강', '의료 영리화 반대'라는 공공성 담론 활용
제도 설계자에게 “국민 생명”을 키워드로 한 압력 행사
복지부는 의협의 지속적 반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입장을 유보하거나 조정
국회 또한 의료계와의 정면 충돌을 피하고자 입법 속도를 늦춤
결과: 2023년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에서 의사협회 반발로 핵심 조항 대부분 후퇴
비대면 진료보다 더 민감한 것은 처방약의 ‘배달’이었다.
현행법상 ‘처방약은 약국에서 직접 수령’이 원칙
닥터나우는 제휴 약국이 직접 배달하는 방식으로 법적 회색지대 활용
“복약지도 없이 약이 배달되면 국민 건강 위협”
“배달 수수료 유입은 약국의 플랫폼 종속화”
“의사-약사 간 유착 구조 우려” 등 다수 논리 제시
약사회는 선거 시기마다 지역 기반 조직력 발휘
실제 일부 지자체·복지부는 약 배달 제한 움직임 보임
결과: 약 배달에 대한 명확한 허용 근거가 없어, 닥터나우는 실질적 확장을 못 하고 있음
닥터나우가 꿈꾼 것은 단순한 원격 진료 시스템이 아니었다. 그들의 비전은, 병원 대기실 없는 의료 경험이었다. 앱과 웹을 통해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고, 필요하면 약도 편하게 수령하고, 이후의 건강 정보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의료’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전주기 헬스케어 경험은 단순한 편의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기존 의료 시스템이 가진 불편함, 비효율, 과도한 대면 중심 구조를 기술적으로 대체하며, 동시에 MZ세대와 부모세대가 실제로 원하는 방식으로 의료를 재정의하려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 중개: 진료 요청 → 실시간 상담 → 수수료 기반 수익
처방전 전달: 사용자 선택 약국으로 처방전 전송 (배송은 약국의 자율 판단에 따라 시행됨)
건강 카테고리 확장: 탈모, 피부, 심리상담 등 비급여 진료 영역 확대
건강정보 연계: 진료 기록 저장, 영수증 발급, 보험 청구 연동 등
닥터나우는 헬스케어의 ‘디지털 프론트도어’를 설계하고자 했다. 이는 병원 방문 없이, 일상생활 속에서 의료 소비가 이루어지게 하는 구조다.
의사협회 입장: '경증 환자 이탈 + 의료 상업화'라는 위협 구조
약사회 입장: '플랫폼 기반의 약국 종속화' 우려
정부 입장: 정책 설계에 있어 의료계·약사회와의 정면충돌 회피
닥터나우는 만약 이 벽을 넘는 데 성공했다면, 국내 최초로 진료 → 처방 → 생활의료 UX → 헬스케어 데이터 기반 플랫폼까지 갖춘 유일한 구조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닥터나우는 의료·약국·정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미래를 꿈꿨고, 이 야심은 곧 한국 보건의료 기득권 전체와의 정면충돌로 이어졌다.
닥터나우가 설계한 ‘헬스케어 UX’에서 가장 강력한 지점은, 사용자가 진료 이후 따로 약국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의료 소비의 완결성이었다.
이 약 수령의 혁신이 빠지면, 닥터나우는 단순히 '비대면 진료 중개 앱'에 머무르게 된다.
리텐션 약화: 진료 이후 절반은 오프라인으로 나가야 한다면 사용자는 플랫폼에 머물 이유가 없다
약국 제휴 유인 부족: 배송 수익이 없다면 약국의 참여도 낮아짐
경쟁 심화: 진료 자체만 제공하는 서비스는 기술 진입장벽이 낮아 다른 후발주자들과의 차별성 약화
플랫폼 확장성 제한: 보험 연계, 건강관리 데이터 기반 서비스 등 미래 수익 모델로의 확장이 어려움
결국 약 배송은 ‘부가 기능’이 아니라, 닥터나우가 구축하려던 의료 플랫폼 전략의 핵심 가치 사슬이자 비즈니스 성장의 핵심 자산이었다.
복지부는 ‘공론화’라는 명분으로 정책적 결정을 유보
시범사업으로 전환하려 했으나, 핵심 기능은 대부분 배제
복지부, 국회 모두 닥터나우와의 협의 테이블을 형식적으로만 운영
제도 설계에 있어 닥터나우는 ‘실제 정책 파트너’가 아니었음
닥터나우는 수요와 기술, 그리고 의료 UX 측면에선 충분한 전략을 갖췄다
그러나 의료계·약사회와의 전면전 구도를 피하지 못했고,
정부·정책 설계자와의 신뢰 형성 및 제도 설계 협력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약 배달의 경우 개별 약국과의 제휴 방식은 법적 회색지대에 머물렀고, 이는 오히려 제도권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결론: 닥터나우의 전략은 기술적으로는 완성도가 있었지만, 정치적 구조와 정책 제도권 내 설득 전략을 설계하지 못했다. 이는 전략 부족이라기보단, 스타트업이 가진 구조적 제약에 가까웠다.
결론: 닥터나우는 합법적 수요와 기술을 갖췄지만, 제도와의 전략적 연합에 실패했다.
닥터나우는 ‘제대로 된 헬스케어 UX’를 만들어낸 혁신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의료라는 제도, 약국이라는 직역, 정치라는 현실에 부딪히며 확장을 멈췄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수요가 아무리 많아도 제도가 수용하지 않으면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
닥터나우는 그걸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그리고 아직, 이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을 둘러싼 정책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의료와 약국이라는 두 기득권의 권한, 그리고 국가 제도의 방향은 이 스타트업의 미래뿐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혁신의 구조적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 전쟁의 결말은 단순히 한 스타트업의 성패를 넘어서,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혁신이 기득권과 제도 앞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를 보여줄 상징이 될 것이다.’를 만들어낸 혁신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의료라는 제도, 약국이라는 직역, 정치라는 현실에 부딪히며 확장을 멈췄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수요가 아무리 많아도 제도가 수용하지 않으면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
닥터나우는 그걸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닥터나우는 코로나 특례를 타고 성장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다
의사협회는 ‘비대면 진료’ 자체에 반대하며 제도화를 저지했다
약사회는 ‘처방약 배송’ 자체를 금기시하며 확장을 막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양쪽 기득권의 눈치를 보며 사실상 방관했다
닥터나우는 기술과 수요는 있었지만, 제도와의 전략적 연합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