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은 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까- 전략기획
로톡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합법”이라는 판정을 받은 플랫폼이다. 법률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검색하고 연결하는 구조는 처음엔 낯설었지만, 분명한 시장의 문제를 해결했다. 변호사를 찾는 사람에게는 정보의 투명성을, 젊은 변호사에게는 새로운 마케팅 채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는 달랐다. 규제는 해소되지 않았고, 제도권은 침묵했고, 업계는 등을 돌렸다. 로톡은 살아남았지만, 멈춰 있었다. 참여하는 변호사는 줄어들고, 서비스 확장은 정체됐다.
이 글은 묻는다. 로톡은 왜 법적으로 살아남았음에도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는가?
그 원인은 단지 제도권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플랫폼이 생존에 필요한 세 가지 축 — 제도, 공급자, 사회적 정당성 —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데 있다.
로톡이 처음 등장했을 때, 법률 플랫폼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그 이전의 법률 서비스는 대개 지인 소개나 오프라인 간판, 포털 지식인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로톡은 이 구조를 깨고, 소비자가 직접 변호사를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하며, 원하는 분야의 전문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법률 시장의 투명화”였고,
젊은 변호사 입장에선 “마케팅 채널”이자 “수임 확대 수단”이었다.
특히 초기에는 젊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었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광고 노출, 전화상담, 온라인 견적 등의 기능이 더해지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인사이트: 로톡은 명확한 시장 문제를 해결했고, 이해당사자의 일부(젊은 변호사)의 호응도 이끌어냈던, ‘전형적인 혁신 플랫폼’이었다.
로톡의 급속한 성장은 곧 업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9~2020년경부터 로톡 참여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검토했고, 2021년에는 아예 ‘로톡 가입 금지’ 조항을 내부 윤리규정에 명시하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변협은 로톡을 단순 광고 플랫폼이 아닌, “변호사를 상품화하는 구조”로 간주했다.
특히 알고리즘 기반 노출, 후불형 상품 구조 등에 대해 직역 질서 훼손을 주장
로톡에 참여하는 변호사들에 대해 실제 징계를 추진했고, 내부 단속을 강화
로톡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소했고, 2023년 공정위는 “변협의 조치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이 시점까지 이미:
많은 변호사들이 로톡에서 이탈했고
신규 기능 개발과 확장도 정체되었으며
시장 내에서의 인지도는 남았지만, 전략적 확장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인사이트: 플랫폼은 ‘이용자 수’보다 ‘공급자 네트워크’를 먼저 지켜야 한다. 기득권이 공급자에 대한 통제권을 쥐면 플랫폼은 구조적으로 약해진다.
로톡은 ‘변호사 광고 플랫폼’이다. 소비자는 변호사 정보를 비교·검색하고, 변호사는 일정 수수료를 내고 자신의 정보를 노출한다.
정보 공개, 광고 중개라는 비교적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고, 실제로 법률적 판단에서도 공정위는 이를 ‘정당한 광고 플랫폼’으로 인정했다.
그런데도 반발은 더 격렬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변호사 집단은 이를 ‘직역 침해’로 간주했다.
플랫폼 알고리즘이 ‘경쟁’을 유도하고, ‘저가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투명해졌지만, 변호사 입장에선 ‘영역 침범’처럼 느껴졌다.
인사이트: 플랫폼은 법률보다 ‘직역 감정’, ‘사회적 위신’과의 충돌에서 더 큰 저항을 받는다.
공정위가 로톡을 ‘합법’이라 판정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위에 있는 제도·정책 권력자들은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않았다.
법무부: 사실상 침묵 유지, 개입 꺼림
국회: 변호사단체와의 충돌을 우려해 입법 미적
대법원: 변호사징계와 관련된 사법권 문제로 소극적
즉, 공정위가 허용했지만 시장의 제도 설계자는 로톡의 ‘정식 제도화’를 피하고 있다.
플랫폼은 수요보다 공급이 먼저다. 그런데 지금 로톡은 핵심 공급자인 변호사들의 참여가 위축되고 있다.
변협이 로톡 참여 변호사에 대해 징계 또는 불이익 가능성 경고
업계 내 ‘로톡 참여 = 변협 눈밖에 나는 행위’라는 인식 형성
신규 변호사 유입 급감, 기존 변호사들도 활동 중단 사례 다수
법적으로는 괜찮지만, 업계의 ‘비공식 규제’로 인해 플랫폼이 고립되고 있다.
3) 사회적 정당성이 없다
로톡은 대부분의 국민에게 ‘평생 한두 번 쓸까 말까 한 서비스’다.
법률 시장은 비대중적이고, ‘전문직 보호’ 논리에 반감도 약함
언론도 여론전보다는 ‘직역 갈등’ 정도로 보도
소비자 편익이 뚜렷하나, 대중적 이슈로는 확산되지 않음
인사이트: ‘사회적 지지 기반이 없는 혁신’은 정치적, 제도적 충돌에 매우 취약하다.
로톡은 법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플랫폼이란 ‘기술 + 구조 + 관계’로 이루어진 사업이다.
공급자가 없고, 제도가 미적지근하고, 여론도 무관심하다면 플랫폼은 멈춘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이 로톡이 직면한 현실이다. 살아는 있지만, 나아가지 못한다.
로톡은 합법이다. 하지만 플랫폼은 합법만으로는 운영되지 않는다
조직화된 기득권(변협)은 비공식적인 방식으로도 플랫폼을 제한할 수 있다
정치권과 정책당국의 방관은 사실상 ‘소극적 규제’가 된다
사회적 관심이 낮은 플랫폼은 외부 충돌에서 방어력이 없다
법적으로는 살아있지만, 전략적으로는 갇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