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도 있는 브랜드를 구조로 되살리려는 전략적 도박 - 전략기획
졸리비 푸드(Jollibee Foods Corporation)는 필리핀 최대의 외식 프랜차이즈 그룹이다. 현지에서는 "맥도날드보다 강한 브랜드"로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는 동남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외식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2024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6,8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졸리비 단일 브랜드뿐 아니라 망이나살(Mang Inasal), 그린위치(Greenwich), 커피빈(CBTL) 등 계열 브랜드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주력 브랜드:
졸리비 (Jollibee)
차우킹 (Chowking)
망이나살 (Mang Inasal)
그린위치 (Greenwich)
레드 리본 (Red Ribbon)
글로벌 브랜드 인수 및 투자 사례:
Smashburger (미국)
Coffee Bean & Tea Leaf (미국)
Highlands Coffee (베트남, 합작법인을 통해 소유)
졸리비는 단순한 외식 운영 기업을 넘어, "로컬 강자"에서 "글로벌 식음료 투자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의 ‘감도(감성적 브랜드 가치)’와 오퍼레이션(실행력)을 분리해 전략적으로 조합하는 구조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커피빈은 한때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불리며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했으나,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미국 내 시장 성장 정체
누적 적자 지속
글로벌 확장 전략 실패
당시 모회사였던 인베스트그룹은 구조조정을 고민하며 매각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커피빈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자산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 외 지역, 특히 아시아에서의 높은 브랜드 감도
충성도 높은 고객층과 오랜 기간 축적된 브랜드 자산
프랜차이즈 기반의 글로벌 운영 시스템
리빌딩 여지가 있는 매장 인프라, 메뉴, 브랜드 포지셔닝
즉, 수익은 나지 않지만 브랜드 감도와 시스템을 갖춘 '재구성 가능한 브랜드'였고, 졸리비는 이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른바, ‘감도는 남고 수익은 없는 상태’. 이는 오퍼레이션 기반의 회복 전략을 갖춘 졸리비에게는 오히려 기회 요인이었다.
2019년 7월, 졸리비는 약 3억 5,000만 달러(한화 약 4,723억원)에 커피빈을 인수했다. 이는 졸리비 전체 자산의 약 ⅓에 해당하는 규모로, 시장에서는 다소 무리한 투자라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졸리비는 명확한 전략적 포석을 가지고 있었다:
졸리비 단일 브랜드로는 미국 외식 시장 공략에 한계가 있었다.
커피빈은 이미 미국 내 약 25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졸리비 입장에서는 물리적 진입 장벽을 우회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특히 미국 내 아시아계 밀집 지역에서는 여전히 커피빈의 브랜드 충성도가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당시 졸리비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패스트푸드/캐주얼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다.
커피빈은 실행력은 떨어졌지만, 감도 높은 브랜드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졸리비는 이를 ‘리빌딩 가능한 감성 브랜드’로 판단했다.
스타벅스와 정면 경쟁은 어렵지만, "스타벅스가 없는 시장에서의 스타벅스 역할"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에서는 커피빈의 감도와 충성도는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졸리비는 이 시장에서 리포지셔닝 및 운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화를 노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커피빈 코리아는 인수 당시 흑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던 몇 안 되는 지사 중 하나였다.
졸리비는 단순히 브랜드 감도만 보고 인수한 것이 아니다.
"감도는 유지되지만 실행력이 부족한 브랜드"를 '구조 보완'을 통해 회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다음과 같은 판단이 깔려 있었다:
즉, 커피빈은 '무너진 브랜드'가 아니라 '리빌딩 가능한 자산'이었다.
그리고 졸리비는 이 리빌딩을 브랜드 감성이 아닌 비즈니스 구조로 풀 수 있다고 믿었다.
졸리비는 이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이원화도 가능해졌다:
프리미엄/감성 브랜드 → 커피빈
대중/캐주얼 브랜드 → 졸리비, 망이나살, 차우킹 등
이를 통해 졸리비는 단일 브랜드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고객층·시장·가격대별로 포트폴리오를 분산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 인수는 단기 수익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중장기 글로벌 플랫폼 구축을 위한 투자이기도 했다.
커피빈은 졸리비 단독 브랜드로는 접근이 어려운 고급 시장과 글로벌 파트너십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졸리비가 커피빈을 인수한 이후, 시장에서는 회의적 시선도 많았다.
특히 인수 직후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덮치면서, 이 딜은 졸리비의 대표적 고위험 투자로 평가받았다.
2020년 팬데믹 여파로 커피빈의 글로벌 매출은 급감했고, 졸리비는 인수 직후 약 1,000억 원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까지도 CBTL은 졸리비 실적에서 적자 요인으로 작용하며,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이 불가피했다.
졸리비는 비효율 매장 정리, 디지털 주문 시스템 고도화, 메뉴 개선 등을 통해 운영 재정비에 나섰다.
2023년부터는 아시아 시장 중심으로 커피빈의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서는 CBTL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그룹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본토에서는 여전히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구조 전환과 브랜드 리포지셔닝 작업이 진행 중이다.
초기에는 “적자 브랜드를 비싸게 샀다”는 비판이 컸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외식 플랫폼 전환의 신호탄”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늘고 있다.
졸리비의 전체 매출 중 해외 브랜드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흐름에서, 커피빈은 전략적 교두보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졸리비는 감성만 남은 브랜드에 구조를 입혀 회복시키는 ‘브랜드 리빌딩의 사례’를 실험 중이다.
단기 수익은 희생됐지만,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글로벌 진출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이 인수는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다음 편에서는 졸리비가 커피빈을 인수하였음에도 컴포즈커피를 왜 인수하였는지에 대한 분석하는 내용을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