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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ON은 왜 DX에 실패했는가?

대기업 DX 실패의 구조적 함정 - 전략기획

by 김준성

롯데ON은 롯데의 미래였다

2020년,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한 플랫폼 ‘롯데ON’을 출범시켰다. ‘온(ON)’이라는 이름에는 단순 쇼핑을 넘어 콘텐츠, 경험, 연결의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었다. 롯데는 이 플랫폼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며 그룹 전체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의 상징으로 삼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수년이 지난 지금, 롯데ON은 시장 점유율 하락, 낮은 트래픽, 실적 부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글은 단순히 ‘플랫폼이 망했다’는 것이 아니라, 왜 롯데ON의 DX 전략이 실패했는가를 비즈니스 구조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41959_32869_2931.png 사진: 비즈니스 플러스


롯데ON은 어떤 구조로 출범했는가?

롯데ON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설계되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등 7개 계열사의 온라인몰 통합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 개발 (외부 플랫폼 의존도 최소화)

회원, 결제, 데이터, 물류 등 모든 요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표면적으로는 쿠팡, SSG닷컴, 11번가와 견줄 수 있는‘초거대 이커머스’로 보였지만, 실상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가 있었다.


54701_80948_258.jpg 사진: 더스쿠프




무엇이 실패하게 만들었는가?

1) 기술이 아니라 ‘조직’이 문제였다

계열사마다 다른 이해관계: 각 사의 매출 목표, 브랜드 전략, 할인 정책이 달라 통합 플랫폼 전략을 구현하기 어려움

‘데이터 중심’이 아닌 ‘조직 중심’으로 설계된 시스템 → 사용자 경험보다 내부 관리가 우선

KPI 충돌: 온라인 매출 증대보다 ‘각 계열사 목표 달성’이 우선되는 구조


2) 플랫폼이 아니라 채널로만 이해했다

쿠팡, 네이버는 플랫폼이지만 롯데ON은 단순 유통 채널의 연장선

파트너사 입점 전략보다 계열사 제품 판매 중심 → 외부 생태계 확대에 실패

플랫폼 특유의 네트워크 효과, 사용자 락인 전략 부족


3) 실행 속도가 너무 느렸다

초기 앱 오류, 검색 실패, 결제 장애 등 기술적 완성도 부족

마케팅은 많았지만 기술 내재화와 개선 사이클이 느림

사용자들은 이미 쿠팡, 배민, SSG에 익숙한 상황에서 롯데ON은 차별성을 주지 못함


실제 성과: 롯데ON은 꾸준히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롯데ON은 출범 이후 매년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연도별로 다르지만,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영업손실 추정치는 다음과 같다:

2020년: 950억원

2021년: 1560억원

2022년: 1559억원

2023년: 856억원

2024년: 658억원

이는 단순한 실행력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였다는 방증이다. 플랫폼은 비용 중심 구조가 아니라, 네트워크 효과와 수익 극대화 모델이 전제되어야 작동한다. 롯데ON은 그것을 갖추지 못했다.

20240514000085_0700.png 사진: 뉴스웨이




이 실패는 롯데그룹 전략의 축소판이었다

롯데ON의 실패는 단지 하나의 플랫폼 실패가 아니다. 이는 롯데그룹 전체가 추구한 디지털 전략의 한 단면이며, 그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사례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등은 각자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지만, 전사 차원의 통합 전략이 없거나 실행력이 떨어졌다.

각 계열사는 별도로 디지털팀을 꾸렸고, 조직 간 연계는 약했으며, 데이터는 여전히 분산되어 있었다.

롯데ON은 이를 통합하려는 시도였지만, 오히려 내부 이질성을 한 플랫폼에 억지로 묶으면서 실패 가능성을 키웠다.

롯데그룹은 전통적으로 물리적 자산 중심의 성장 전략에 익숙했고, 플랫폼과 같은 비물질적 구조의 확장에는 낯설었다. 이로 인해 DX는 '형식'은 있었지만, '내용'은 조직 전체가 따라오지 못한 채 진행되었다.




플랫폼이 되지 못한 이유 – 비즈니스 모델의 오해

롯데ON은 근본적으로 플랫폼이 무엇인지 오해한 결과물이었다.

플랫폼은 단순히 '많은 상품을 모아놓는 곳'이 아니라, 사용자-판매자-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다.

네이버는 SME 생태계를 만들고, 쿠팡은 로켓배송과 풀필먼트로 유저 락인을 유도한다.

반면 롯데ON은 여전히 '내부 계열사 제품 판매' 중심으로 작동했고, 외부 파트너가 머물 이유가 없었다.

또한, 플랫폼은 기술이 아닌 지속적 개선과 최적화가 핵심인데, 롯데ON은 앱 품질, 검색, 추천, 재고 연동 등 핵심 기능조차 초기에 완성되지 못했고 개선 속도도 매우 더뎠다.

즉, 롯데ON은 이커머스 채널로는 존재했지만, 플랫폼으로서의 작동 원리와 수익 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출범했고, 그 결과 플랫폼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롯데ON은 그 사실을 보여준 가장 현실적인 경고다.


한 줄 요약

디지털 전환은 앱이 아니라 조직이 하는 것이다. 롯데ON은 그것을 바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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