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커머스 전환을 향한 유통 대기업의 실험과 한계 - 전략기획
요기요는 원래 독일 배달 플랫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의 한국 자회사였다. 하지만 2020년,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 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 제한을 이유로 요기요를 매각할 것을 조건으로 승인했다. 즉, 딜리버리히어로는 요기요를 자발적으로 판 것이 아니라 규제에 따라 강제로 매각한 구조였다.
이러한 특수 상황 속에서 요기요는 '시장 2위 플랫폼'이라는 상징성과는 달리, 매물로 나왔고 여러 후보자들이 거론되던 중 GS 컨소시엄이 최종 인수자로 결정됐다.
2021년 8월, GS리테일은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및 퍼미라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배달앱 '요기요'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총 인수금액은 약 8,000억 원, 이 중 GS리테일은 30%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약 2,400억 원을 투입했다.
요기요는 당시 독일 본사의 글로벌 독점 문제로 인해 매각 대상이었고, GS는 그 기회를 '디지털 전환'의 발판으로 본 셈이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중심의 오프라인 인프라를 가진 GS리테일은 이 플랫폼을 통해 퀵커머스(즉시배송) 시장의 진입 장벽을 단숨에 넘고자 했다.
요기요 인수는 GS리테일이 주도하거나 단독으로 진행한 딜이 아니었다.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퍼미라와 함께 구성된 3자 컨소시엄이 총 8,000억 원 규모의 인수를 진행했고, GS리테일은 약 30%의 지분만을 확보했다. 투자금은 약 2,400억 원 수준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분 구조에 따른 전략의 제한이다.
어피너티와 퍼미라는 재무적 투자자(FI)로, 명확한 엑시트 전략과 수익 실현을 우선시한다.
GS리테일은 전략적 투자자(SI)로, 퀵커머스 시너지와 유통 구조 혁신을 노렸다.
이처럼 목표와 시계가 다른 주체들이 하나의 플랫폼을 공동 인수하면, 의사결정의 방향과 속도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GS리테일이 요기요를 인프라와 연결해 공격적인 시너지를 내려 할 때, FI들은 재무 구조의 안정성, 단기 수익성, 구조조정 이슈에 더 민감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요기요는 GS 입장에서는 '전략 자산'이지만, FI 입장에서는 '회수 대상 자산'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컨소시엄 구조의 한계는 요기요가 인수 후 뚜렷한 전환 없이 정체된 배경과 맞닿아 있다.
GS리테일은 전국 18,458개(2024 기준)에 달하는 오프라인 거점을 가진 유통 강자다. 하지만 이 물리적 네트워크는 디지털 커머스와 연결되지 않으면 정체된다. GS는 그 돌파구를 요기요에서 찾았다.
즉시배송 인프라 강화: 오프라인 매장 = 도심 내 마이크로 물류 거점
자사 상품 판매 채널 확보: GS25의 도시락, 간편식, 생활용품 등을 요기요 앱에서 판매 가능
배달앱과의 연계 통한 온라인 트래픽 확보: 유입부터 결제까지 자체 생태계 구축 시도
즉, 요기요는 단순한 플랫폼 확보가 아니라 유통업의 라스트마일을 디지털로 연결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었다.
인수 당시 기대했던 시너지는 생각보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구조적 원인이 몇 가지 있다:
쿠팡이츠의 약진, 배민의 지배적 점유율로 인해 요기요는 점점 제3의 앱으로 밀려남
사용자 리텐션과 플랫폼 트래픽 유지에 어려움
GS리테일은 전국 매장을 갖고 있지만, 실질적 풀필먼트 시스템(자동화, 집품, 실시간 재고 연동)은 부족
퀵커머스는 IT와 물류가 결합된 산업인데, GS는 여전히 ‘매장 중심 유통’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함
요기요는 디지털 플랫폼, GS리테일은 전통 유통조직 → 의사결정 속도, 리스크 감수 성향, KPI가 다름
물리적 통합은 있었지만, 전략적 통합은 미흡했음
요기요의 기업 가치는 인수 당시보다 하락했고, GS리테일도 퀵커머스 전략을 수정하는 모양새다. 최근엔 배달의민족과 손잡고 상품 배송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요기요를 통한 직접 유통 확장은 다소 정체된 상태다.
GS리테일 입장에서도, 요기요 인수는 실패한 전략이라기보다는 유통 대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학습하고 탐색했던 실험이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다만, 그 대가가 수천억 원의 투자금이었다는 점에서 리스크는 분명 존재한다.
GS리테일은 요기요를 통해 유통의 미래를 선점하려 했다. 전략의 방향 자체는 분명했다. 퀵커머스의 시대 흐름을 읽었고, 배달 플랫폼이라는 외부 자산을 통해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단축하려는 의도는 이성적이었다.
하지만 플랫폼 비즈니스는 단순히 '갖다 쓰는' 자산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소화 가능한 기술, 조직, 프로세스를 요구한다. GS리테일은 그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고, 컨소시엄 구조 역시 전략적 통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인수는 전략적 목적은 정당했으나, 실행 가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는 실패한 투자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요기요는 GS리테일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그 기회를 실현시킬 수 있는 내부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플랫폼은 인프라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진짜 전환은 인수 이후에 조직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플랫폼은 인프라로만 되지 않는다. 유통 대기업의 전환은, 인수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