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인지 공허함인지

by 청명

요즘 들어 더 세상에 홀로 선 기분이다. 처음 홀로 서보자 다짐했을 땐, 언젠가 나의 세상에 들어올 존재를 기대한 것 같다. 막연한 기대는 그 순간에 나를 따듯하게 지지해 주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막연함'이라는 의미가 나를 감싼 온기를 식혀만 간다. 이젠 정말 혼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조금씩 조금씩 나를 잠식한다. 세상은 원래 홀로 살아가는 것이라 되뇌어도 하나 둘 짝을 찾아 결혼하는 친구들, 얼마 전 인연이 되었다고 소개해주는 사람들은 나의 다짐을 계속해 시험대에 오르게 만든다.


나는 정말로 혼자가 되려 마음을 먹은 것인가? 아마 일시적인 다짐이었던 것 같다. 일시적 고독을 통해 알지도 못할 진리에 접근하려 한 이카루스와 같다고 느껴진다. 요즘은 내가 홀로 있음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한 것인지 그 목적이 흐려지는 느낌이 든다. 이것이 인간의 불완전함일까?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것 같다. 유전자 프로그램이든, 인간의 타고난 경향성이든 원리는 궁금하지 않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비어버린 느낌은 내가 아닌 누군가의 온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불완전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만약 타인을 통해 이 차가운 고독을 해소할 수 있다면, 나는 완전한 존재가 되는 걸까? 근데 또 그건 아닌 것 같다. 단지 불완전한 두 존재가 함께 있을 뿐이지. 이 고통을 서로 나눌 수 있을까?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서로의 고통을 어루만져준다는 사실이 성스러우면서도 내 존재의 무게를 스스로도 감내할 수 없기에 그 책임감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진다. 결국 다시 혼자 있게 된다.


누군가를 애타기 기다리는 삶. 이것이 요즘 내가 처한 현실과 같다. 아니 누군가를 통해 내 의미를 실현하려는 나약한 존재와 같다. 하지만 무언가를 탓하진 않는다. 이런 나약한 게 나다. 지금은 타인의 온기를 필요로 하는 나약한 존재가 나다. 이를 부정하지 않으리, 외로움 한가운데 빠져있는 날 동정하지 않으리, 나마저 나를 저버린다면 나는 정말 존재하지 않게 될 테니까.


이처럼 오늘도 공허한 삶 속에서 홀로 나아가고 있다. 공허하고 외롭고 절망적일지도 모른다. 이런 감정들이 나를 힘든 상태로 정의 내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 굳이 감정을 명명하고 정의 내리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의미가 나를 정말 추락시킬 것 같았나? 그냥 명명하지 않고 찾아온 것에 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제 외로움인지 공허함인지도 모르겠다. 내 상태를 정의하는 것이 덧없다고 느껴진다. 그냥 난 이런 상태에 있을 뿐이다. 세상과 타협하기보다는 그냥 인정하는 것을 선택한 것 같다.


'숨을 쉬고 살아 있다.'이 한 문장이 주는 무게는 축복과 절망을 오간다. 그리고 그 축복과 절망의 시계추는 현상을 명명하고 정의 내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가 이런 경험을 글로 옮길 수 있는 이유는 지독한 나와 마주했기 때문이 아닐까? 고독의 경험 또한 축복과 절망을 오고 간다. 나는 이것을 멈출 수 없다. 내가 인간인 이상 나는 계속해서 명명하고 정의 내릴 것이다. 이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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