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03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시한 것은 무엇이며, 평범한 것은 무엇일까. ”시시한 것은 싫다“ 누군가로부터 흘러나온 말이며, 내게 스며들었던 문장이다. 그 시시한 것이 무엇이길래.
참 단순하게도 뱉어진 말과 달리 그리 단순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니, 복잡했기에 시시해졌다고 말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머리에 힘을 줄수록, 염려에 날선 변명을 쏟아 낼수록 평범해져만 갔다.
평범함에 빠지면 죽을 것 같은 병. 지독한 병에 걸렸었다. 근데 세상 사람들은 모두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그것이 두려움이었을까. 새벽 두시에 동네를 달리고, 만원 전철에서 철학책의 표지를 가리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노래 제목을 발견하던 나의 두근거림.
심장이 뛰기에 살아있다. 심장이 뛰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지독한 병이 아니면 무엇일까. 박동이 울려 퍼질 수 없는 진공에서 가슴을 내리치는 나의 역설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내게 사유는 거짓과도 같이 느껴졌다.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았다. 바람을 보았다. 이 거짓을 느낀 찰나에는 분명하게 내 눈에 바람이 보였다. 바람이 보이는 날이면 달리고 싶었고, 바람이 부는 날엔 더욱 달리고 싶었다. 바람이 멈추면 타이핑을 쳤다. 바람을 본다는 것을 글로 써 내려갈 수는 없지만, 바람을 보았다는 사실을 남기고 싶었다. 그런 것들로 나는 심장을 내리쳤다.
진공을 벗어난 곳에서 난 평범해진다. 평범함은 가장 무난한 것이며, 가장 시시한 것이며, 가장 어려운 것이다. 시시하다는 것은 숨을 쉬는 것이며, 진공의 영역에선 닿을 수 없는 바람을 느끼는 것이다. 아니다. 모두 거짓이다. 하지만 아주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