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모델링 - 생각은 모든 결과의 출발점이다.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춥고 길게 느껴진다. 이번 겨울은 선뜻 자리를 내주지 않을 기세다. 결국에는 따뜻한 봄바람에 밀릴 걸 알면서도 옹고집을 부리는 것 같다. 유독 2월 끝자락까지 떨치는 강풍과 맹추위의 기세를 보면 이 겨울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나날이 증가하는 코로나 확진자 수를 보면, 우리 몸도, 마음도 다 추워진다. 이래서 이번 봄이 더욱 간절하다.
봄은 영어로 ‘스프링 Spring’이다. 싹이 트고 꽃이 피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통통' 튀는 스프링처럼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봄 춘(春), 한자를 보면, 따뜻한 햇살(日)을 받고 땅에 솟아나는(屯)과 새싹(草)을 표현한 글자라고 한다. 여기에, 우리말 봄의 어원은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태양 즉 불에서 유래했다는 것과 ‘보다’의 명사형으로 ‘봄’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입학, 개강 , 시작, 생명, 봄꽃, 새싹 등. 모두 봄을 연상하는 단어다. 이래서 봄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와 같다. 그래서 ‘봄이 온다’는 말은 기대와 설렘이 담겨 있다. (나의 바람을 담아서)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그래서 봄이 되면 우리 삶에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 인생에도 봄날이 있으리라” 는 예감.
그러고 보니, 코로나로 인해서 '마음의 긴 겨울'을 보낸 것 같다. 처음 겪는 바이러스의 요동에 휘둘려서 타의적, 자발적으로 그동안 하지 못한 일, 만나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가지 못한 장소들이 너무나 많다. 다소 억울한 생각이 든다. 만약에, 코로나가 없었더라면 이 모든 것을 다 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언제 끝날지 모를 긴 터널에 갇힌 채 오롯이 2년을 채웠으니 말이다. 바이러스 하나에 손발이 꽁꽁 묶여 버린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도 이런들 저런들 긴 겨울이 지나가듯이 ‘이 또한 잘 지나가리라’ 믿어 본다.
가수 김범수의 ‘지나간다’ 가사 중 일부다.
‘감기가 언젠간 낫듯이 열이 나면 언젠가 식듯이
감기처럼 춥고 열이 나는 내가 언젠간 끝날 걸 믿는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듯 장맛비도 항상 끝이 있듯
내 가슴에 부는 추운 비바람도 언젠간 끝날 걸 믿는다.’
제 아무리 코로나가 세다(?)고 한들, 이미 세 번째 봄이 어김없이 돌아오고 있기에. 우리 인생에도 어김없이 봄날이 올 것이다. 그 희망을 봄바람에 살포시 얹어 본다.
봄을 알리는 신호는 멀리 보이는 숲 가장자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끄트머리가 노르스름하다가 점차 연두색으로 변하는 게 보이는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도 봄의 냄새가 풍긴다. 차디찬 겨울바람과는 사뭇 다른 따뜻함을 담고 있다. 이뿐인가. 나 같은 50대 살림꾼, 주부들이 이 시기쯤 기다리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도 ‘봄이 왔구나’를 알 수 있다. 바로 세탁 전문 기업에서 보내는 메시지다.
(광고) **토피아 릴레이 세일! 패딩, 점퍼, 코트 세탁 20%
주부에게 이 문자 메시지는 '겨울을 마감하라’는 신호와 같다. 시기상 꽃샘추위가 오기 전이라 두꺼운 외투를 모두 세탁하기에는 이르다. 겨울 옷들은 대부분 캐시미어, 울 또는 두꺼운 패딩이라서 함부로 집에서 했다가 자칫 옷을 망치기 쉽다. 게다가 겨울 옷은 세탁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 (주부로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가족 1인당 패딩점퍼 하나만 남기면 꽃샘추위쯤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메시지를 받자마자 옷장을 정리했다. 겨울 옷을 모조리 꺼내서 종류별로 나누기 위해서다. 이렇게 미리 분류를 해 두면 세탁소 세일 기간을 놓치지 않는다. 이번 주는 패딩, 점퍼, 코트를 세일하고 그다음 주간은 니트, 카디건 같은 다른 겨울 옷 종류가 세일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릴레이 세일’이라고 했으니까.
옷장 뒤적이다가 길게 늘어진 코트 아래 ‘콕!’ 박힌 얄팍한 박스 하나를 발견했다. 이사를 오면서 그기 둔 박스였다. 그 안에는 가족사진, 아들의 첫 도장, 수술기록이 있는 각종 진료 서류, 임대차 계약서까지 있었다. 내가 쓴 글과 낙서 같은 쪽지들, 청강생들이 준 편지, 카드, 사진, 신문 기사 등등. 이 박스 안 물건들은 과거 내가 살아온 흔적이다.
종이들 사이에 ‘1995년 7월 31일 11시 35분쯤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어 읽어보니 아들을 낳던 그날,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쓴 글이었다. '내가 이런 글을 썼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니'. 다시 보아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내 필체였다. 무엇에 그리 한 눈을 팔고 살았는지.
이렇게 회한에 젖었을 때, 손에 든 종이뭉치에서 아이 손바닥 크기만 한 메모장 한 장이 '툭!' 떨어졌다. 무엇인지 생각이 났다. 여배우 김혜자 씨의 사인이었다. 아주 오래전 김혜자 씨와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그녀가 써 준 글이었다. 그 글을 읽고 주저앉고 말았다. 참 이쁜 글인데 내 마음은 아팠다.
“늘 늘 가슴 설레는 삶을 살기를!”
지금 내 모습이 보였다. 당최! 설렘이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펑퍼짐한 내 모습. 그동안 설렘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설렘? 아이스크림 이름? 언뜻 생각하니 떠오르는 게 있었다. 여고생 때 통학 버스 안에서 만난 그 오빠???’ 이 정도로 내 일상에 설렘은커녕, 거울만 보아도 늙고 허물어져가는 모습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지금 내 모양새가, 내 꼴이 너무 뻔해서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 자기 전까지 매일매일 하는 일이라고는 뻔하게 살고 있으니까.
내일도 오늘처럼 똑같이 살 것이라는 것을 뻔하게 알고 있으니까.
이렇게 뻔하게 살다 보면 내 미래가 어떨지도 뻔히 보였으니까.
때문에 전혀 설렐 일이 없었다. 하다못해 예전에는 백화점 정기세일 문자에도 가슴이 설레었던 것 같은데. 그런 문자에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 가장 설레었던가? 특강 강사로서 강의장에 들어가는 순간, 무대에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생방송 시작을 알리는 ‘큐’ 사인이 터지는 순간이 가장 설레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오늘은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오늘은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나는 강사는 a²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a² 는 anytime, anywhere이다.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든 해내야 한다’ 의미다. 매일 다른 장소에서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라서 항상 긴장과 기대가 함께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그 긴장을 어떻게 다스리고 시작하느냐가 내게는 늘 중요했다. 그래서 나름 방법을 찾았는데, 나중에는 강의 전 습관적으로 치르는 의식(?)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믿는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다. 기도하면 저절로 힘이 났고 더 진실된 마음이 되었다.
“제 입술을 통해서 나가는 모든 말들이 듣는 사람에게 유익하길 바라고 (가능하다면) 감동을 줄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달라’고 간구하는 것이다.
오래전 삼성전자 특강을 갔을 때 일이다. 삼성전자는 보안상 USB 그리고 어떤 전자기기를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강의 자료를 특강 날짜 일주일 전쯤 교육담당자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진행한다. 외부인에게 보안이 철저한 곳이니만큼 강의장 말고는 마땅한 기도 장소를 찾을 수 업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짧고 굵게’ 기도했다. 그때 화장실 안에서 (지금 생각해도) 적잖이 당황하고 놀랐던 일이 있다. 화장실 내부에 설치된 액자 하나 때문이었는데 그 액자에는 ‘1982년 삼성전자 반도체인의 신조’가 적혀 있었다.
“1.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2. 3. 4... 모든 정보를 … 하라. …10" 모두 10가지 항목이 쭉!
우리가 쉽게 접하는 공중화장실에는 없는 것이었다. 어떤 건물이든지. 하다못해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만 가도 대번에 알 수 있다. ‘당신이 머문 자리는 아름다운 …’ 화장실에 걸린 액자 글이라고 해보았자 예쁜 꽃과 풍경 사진이 있거나 왠지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글이 대부분이다. 어디서나 볼 수 없고 보는 이로 하여금 '부담'과 '긴장감'을 팍팍 주는 글, 그것도 창업주의 정신이 담긴 액자가 삼성전자 화장실에는 있었다. 그걸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국내 최고 기업, 글로벌 기업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구나'
‘왜, 반도체인의 첫 신조가 <생각>이었을까?’
‘왜,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하필 <생각>을 강조했을까?’
그렇다.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일의 시작 즉, ‘모든 결과를 이끄는 첫 출발점이 생각’이라고 여긴 것이다. 쉽게 말해 어떤 도전이든 시작은 ‘된다’고 생각해도 어려운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안된다’고 생각하고 시작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제대로 진행이 될 것인가. 아마도 조금 앞으로 나가다가도 금방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똬리를 틀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더 못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어찌 보면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게 바로 안된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시국이 되면서 자주 듣게 되는 메시지가 있다.
“지금 우리는 멈출 때입니다.”
“이 시기를 빨간 불이 켜진 신호라고 생각하고 잠시 정지해야 합니다.”
“잠시 멈추고, 다음 신호를 기다리십시오.” 등등이다.
집 근처 유명한 주유소 한 곳이 있다. 유명한 이유는 주유 가격이 저렴하고 자동세차기가 최신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주유소 앞은 언제나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하루는, 나도 단골 주유소를 배반(?)하고 그곳에서 주유하고 세차를 했다. 최신형 자동세차기가 다르긴 달랐다. 세차 기계가 끝나는 지점에 다다랐을 때 큰 등 하나와 안내글이 있었다.
"초록불이 켜지면 출발하십시오." 그 글을 보고 도대체, 세차장 등은 초록불이 밝게 켜지는데 우리 인생에 초록불은 언제 켜질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50대 주부로서 ‘새로운 인생을 리모델링을 한다’고 선포했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우선 나부터 문제였다.
'내가? 과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드는지 모른다. 하루 수 십, 아니 수 백번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다가도. 또 생각하고 또또 생각하다 보면 '스멀스멀' 부정적인 생각들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그럴 때마다 크게 소리 내어 말하는 주문이 하나 있다.
"내가 달리면 된다!"이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아버지는 목수였다. 무엇이든지 손으로 만드는 것에는 아주 능하신 분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맥가이버'라고 불렀지만 내가 보기에는 '금 나와라 뚝딱'하면 다 만들어 내시는 아버지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존재였다. 덕분에 다른 애들보다 더 높이 나는 연도 가졌고 더 잘 나가는 썰매도 탔다. "계집애가 이런 걸 좋아해서 큰 일"이라는 소리와 함께. 아버지 덕분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질 좋은 장난감을 갖고 논 것이다.
아버지가 만든 수제 장난감 중 바람개비가 있다. 요즘은 문방구만 가도 화려한 바람개비가 있지만 내가 어릴 때는 다 쓰고 버린 모나미 볼펜 자루 하나만 있으면 금방 만들 수 있었다. 만드는 방법은 공책 겉표지 한 장을 바람개비 모양으로 접어서 (아버지가 쓰시는) 큰 못을 중심에 박아 넣는다. 다음, 그것을 모나미 볼펜 자루에 끼우기만 하면 그야말로 최고의 바람개비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 바람개비는 평생 사용할 수 있고 고장이 난다고 해도 혼자 AS가 가능하다. 종이만 갈아 끼우면 되기 때문이다.
바람개비는 바람이 많이 불 때 잘 돌아가는 게 특징이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멈춰 서 있다. 어떤 때는 흔들흔들 그 자리에서만 돌듯 말 듯 그렇게 있다. 이게 바람개비라고? 아니다. 바람개비는 내가 들고 달리기만 하면 언제나 쌩쌩 잘 돌아간다. 문제는 내가 달리지 않으면 바람개비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달리면 바람이 일어나고, 바람개비도 돌고, 세상도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다. 세상에서 불어오는 바람. 언제 불어올지 모를 그 바람을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다. 빨간불이 누가 멈춤이라고 했던가. 잠시 대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더욱이 내 인생 초록불은 어느 누구도 켜주지 않는다. 지금부터 내가 초록불이라고 켜면 그게 초록불이다.
<세상이 잘 돌아갈 때도 망하는 곳이 있고,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도 흥하는 곳은 반드시 있다.>
우리 이제 남들이 멈추라고 할 때 "흥!" 하고 내가 도전해서 "흥"해 보자.
“당신을 무너뜨리는 것은 부정적인 생각 하나가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부정적인 생각들의 양이다”
책 ‘스톱 싱킹’의 저자 리처드 칼슨의 말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생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내 거니까. 이 넓은 서울 땅 내 집 하나 없더라도 내 머리 그리고 내 마음속 내 생각은 온전히 내 소유니까. 내 생각만큼이라도 내 것이어야 하니까. Oniy Think.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 번 흥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