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혹시 번호좀요

by 이준서

1.


" 저 혹시 번호좀요."


여차한 핑계를 뒤로하고 번호를 묻는다. 당신의 욕망은 과연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것일지. 속으로 여러번 여쭤보다 이내 번호를 준다.


2.


"혹시 여자친구 있어요?"


혹시, 혹시, 혹시. 혹시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걸까.

나는 여자친구가 없다. 즉,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상태가 사랑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방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 없는 연애가 수두룩 하므로.

어쩌면, 나도 사랑을 할 줄 모르기에.


3.


너는 내 세계로 누구보다 깊숙히 다가왔다.

하지만, 그 깊이에 나는 널 또 다른 세계-사유의 법칙에 괴롭도록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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