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조각

by 이준서

1.


술에 잔뜩 취한 것 처럼 입을 열어

어둠과 취기에 감았던 눈을.


자취방에 도착해
쓰러지듯 눈을 감았다.
약기운과 함께 하루가 지났다.
아무런 생각없이 취하고 싶어서
방향감각이 고장난채로 술을 사러 갔다.

취침 전 먹으라는 약을 먹으면, 취침 전 먹은 약이 속을 게워낸다.

달디 단 칭찬 조각들에 취한다.


나를 비워낸 메스꺼움


2.


타자


이준서



술을 마시면 타자가 잘 안 쳐져요.

타자(打字) 아닌, 타자(他者).

타닥타닥 소리.

장작 타는 소리. 바다에 잠기는 소리.

혼자 죽지 못해, 옷깃을 붙잡고...

곧잘 따라하는 자살 행위.


술을 마신 다음 날이면

눈 앞에 꺼리칙한 괴물이 보여요.

가슴이 세 개인 괴물

눈 알이 한 쪽밖에 없어 혼기를 놓친 괴물

모자이크 처리된 괴물


괴물이 내 콧대에

타닥 거리며,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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