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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in Jan 22. 2024

분리된 합체, 전시 아키비스트의 시선에서

영등포 문화재단 술술 센터 2023년 11월 

https://youtu.be/3lEeT_We7X4


숏 다큐멘터리 <분리된 합체: 영등포> 는 획득되거나 발견되지 않으면 은폐된 실재로 남을 수 있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건져내는 미디어 문화연구에 지속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학 내외에서 쌓아온 다양한 경험을 종합하여 도달한 프로젝트이다. 해당 영상은 영등포 문화재단 2023 이야기 제작소 사업의 일환으로 총괄기획 제로투엑스와 아트룸 블루의 협업 제안을 수락하며 시작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영등포구 내외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모여 영등포구를 탐색하고 오감을 활용하여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재현하는 전시의 전체적인 과정을 담는다. 



인간의 삶과 그 삶이 만드는 서사를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보다 변화무쌍하고 맥락적이며 끊임없는 탐색의 순환 속에 존재한다는 견지를 펼치는 미디어 문화연구의 질적 연구 방법론에 매료되어왔다. 또한 시각 언어로의 저널리즘에 대해 탐구하며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이론을 통해 기록과 재현을 가로지르는 다큐멘터리의 저널리즘 또한 절대적인 진실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반영하고 사회를 결합하는 문화 자본으로 확장하여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미메시스적 서술 방식을 통해 쉽게 주목되지 않은 실재의 터전에서  목소리를 표출하고자 하는 타자들의 목소리를 신의 목소리나 제 3자의 해석을 우회하는 방식이 아닌 스스로 말하는 방식을 관통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싶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해당 영상 프로젝트는 앞으로의 연구자이자 창작자적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데 중요한 단계라 생각 했다. 포스트 실증주의적 관점을 투과하는 비주얼 저널리스트의 정체성을 갖고 싶다는 구상 중에 해당 사업에 영상 기록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제작 기간 동안 질적 연구자의 렌즈로 기록하고 텍스트를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영등포구의 일상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간 영등포 문화재단이 진행해왔던 다양한 민속지학적 텍스트들과 실제 관찰을 통해 기록자인 나의 시선에 기획자, 무용수, 사운드 아티스트, 퍼니쳐 디자이너, 조형 예술가 등 동료 창작자들의 시선을 중첩하여 교환하면서 있는 지역 문화를 가로지르는 문화적 패턴의 다양성과 차이를 포착했다. 



영등포 문화재단 산하 영등포 문화도시센터의 공유협력 지향 이야기 연구소 사업의 일환으로 <찾아가는 인터뷰>와 <이야기제작소>가 운영되고 있다. <찾아가는 인터뷰>는 지역을 이해하고 서사적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주민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사람이 어딘가에 ‘장소’하는 감각을 말하고, 그 장소에서의 ‘환대’의 경험을 발화와 경험이 교차하는 매개로서 지금 현재와 과거를 가로지르는 민속지학 프로젝트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을 묻는 과정을 통해 지역의 이야기를 직조해내며 제 3자의 목소리가 아닌 지역주민 스스로 영등포구 내의 스스로의 삶을 발견하는 발화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야기 제작소>는 이 미메시스 서술 구조의 발화 내용을 면밀하게 소화하고 영감을 얻어 실제 지역을 탐험하며 공감각적 영감을 채집했다. 페르소나와 메소드 기법을 통해 <찾아가는 인터뷰>의 실재적 서사들에 상상력을 투과하고 조립하여 가상 인물의 이야기를 공동으로 만들어가 보고 그 인물에 몰입해 지역의 감각을 채집해보았다. 이 과정은 저널리즘적 ‘기록’ 이었던 텍스트가 문화자원으로서 창작자에게 어떤 기회를 줄 수 있고 서로 함께 공존할 수 있는지 실험을 하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이야기 제작소 워크숍 및 창작 과정을 치밀하게 비디오 다큐멘터리스트로서 아카이빙하는 행위는 영등포 지역 주체 삶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창작물 제작 기반을 마련하여 지역 이야기의 문화자본으로서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담론화와 문화생산도시로서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사업의 목적에 설득력을 더하는 작업이었다. 



다큐멘터리 <분리된 합체: 영등포>는 2023 이야기 제작소 사업의 핵심인 전시 <분리된 합체 : 영등포 Separate Union>의 인트로 섹션에 전시되며 프로젝트를 포괄하고 관람객에게 전시의 첫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제작의 가장 큰 목표는 1) 있는 그대로의 영등포의 모습과 함께 2) 작가들의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시선을 결합해 보여주며 3) 다양성과 공존의 영등포구에 대한 메타포적 단어인 ‘분리된 합체’ 의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심어주는 것이었다. 



‘분리된 합체’ 란 <찾아가는 인터뷰>에서 시작해 전시에 참여한 예술 작가 5명이 해석하고 획득한 영등포구의 상징적 단어이다. 개인적이고도 집단적인 영등포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섞이듯 섞이지 않는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지역으로 영등포를 감각하였으며 다른 어느 곳보다 각 구역의 다양한 색이 각자의 빛을 유지하며 균형과 공존을 이루고 있음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워크숍과 전시가 진행되는 방식 또한 영등포구의 성격처럼 각자가 독립되어 다양성을 추진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조화를 맞춰간다는데 있어 ‘분리된 합체’ 적 방식을 실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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