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보내는 미술편지 0호
저는 이 곳에서 아트 큐레이팅이라는 전공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미술사, 큐레토리얼 실천, 뮤지올로지 등을 폭 넓게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단어들이지요. 몇 년 전의 저만 해도 새로웠던 용어들입니다.
몇 년 전, 그저 전시와 미술관이 좋았지만 딱 그정도였던 20대 초반의 학생.
그리고 더 수 년 전, 유명한 전시 정도만 유행에 휩쓸려 봤던 아이.
그런 과거의 저에게 지금 흡수하고 배우고 있는 것들을 쉽고 다정하게 나눠본다고 생각하고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아름다움과 무용한 것들은, 어려운 포장지를 쓸 수록 거만해지고
단순하고 쉬운 말들로 공유될 때 비로소 소통이라는 선물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 시와 문학을 비롯한, 인류의 이야기가 재료가 되는 모든 물성.
즉, 예술은 진부한 이야기지만 사랑을 본질로 합니다.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하여,
그리고 더 많은 여러분들과 함께 사랑하기 위하여,
때로는 웃고, 때로는 눈물 짓게 하고, 또 때로는 몇 시간이고 나를 정지하게 만들고 마는,
무한한 아름다움의 정의를 탐험해보아요.
방송국 PD가 되고 싶었던 대학생의 저는 1년 간 일주일에 2-3편의 라디오 원고를 써 본 적이 있어요.
그 때가 살면서 가장 글 쓰는 희열을 느꼈던 때였습니다.
울림이 있어야 했고, 진행자가 말하기에 편하고 부드러운 글을 써야 했거든요.
원고의 가장 큰 목적은 '모두에게' 가닿을 수 있어야 하는 보편적인 소통에 놓여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라디오 같은 소리내어 읽기에도 좋은 편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이 카테고리를 채워나가는 과정이 보상이자, 쉼이자, 자극적인 순간이었으면 합니다.
제가 느끼는 설렘과 재미가 여러분에게도 전달이 되었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이 미술편지를 쓰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 제가 마음이 유독 향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기록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이기적인 바람이 여러분의 안목에 새로움을 더해나가는 과정과 공명했으면 합니다.
아주 유명한 작가를 다룰 수도,
이제 막 태어난 작가를 다룰 수도 있습니다.
또 언젠가는 작가나 작품이 아닌 누군가와의 에피소드, 제가 읽은 글들을 엮어낼 수도 있겠지요.
제 마음이 향하는 아름다움과 이야기가 어떤 것이 될까요?
그런 것들과 여러분과의 자그마한 소통이 모여 나중에 어떤 지도를 그려낼 지 궁금합니다.
호주의 여성 사진가, 로즈마리 랭 Rosemary Laing 의 작품처럼,
항상 과감하게 뛰어드는 마음으로 편지를 적어내려가 볼게요.
그리 게으르지 않게 다시 찾아오길 바라며.
2025년 5월 6일 수민 드림.
Ps. 편지와 라디오의 진수는 응답이죠. 모든 답신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