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A 갤러리, Syrup Contemporary
저는 사실 미술보다는 전시가 좋아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시는 사람이 모이게 하고, 연극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지기도 하죠.
그렇기에 같은 공간을 반복해서 방문해도 늘 새로운 이유와 기대를 가지고 행하게 됩니다.
또 세상에는 박물관, 미술관 같이 큰 기관 말고도 얼마나 많은 갤러리가 있는지요.
상업 갤러리부터 대안 공간까지 발길만 향하면 무료로 늘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예술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덤으로 전시공간을 찾아가다 보면 평소에는 와볼 생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역들을 탐험할 수 있게 되죠.
즐기기 위해서, 내가 날 자극시키기 위해서는 내 두 발을 움직여야 한다는 게,
내가 잘 느끼는 것들, 내가 좋다고 느끼는 것들, 또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것들을 순간 순간 자각하며 행선로를 편집해야한다는 게 무척이나 신났습니다.
아무래도 '내 맘대로!' 하고 싶은 방랑가여서일까요?
앉아서 보기만 해야하는 영화나 공연보다 내 스타일이 아니면 발걸음을 훌쩍 옮기고, 내 마음에 들어오면 1시간이고 작품 앞에 머무를 수 있는 전시가 좋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세계 어느 곳을 여행하든, 또 어느 곳에 머무든 항상 '갈 곳'이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이 있는 도시 중심. 그리고 숨은 예술 애호가들이 쌓아올린 상업갤러리나 대안 공간이 밀집되어있는 지역으로 향하면,
대표적인 관광지역은 물론, 소위말하는 '찐'으로 딥한 로컬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동네까지 둘러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오늘은 Marrickville매릭빌로 행선지를 정했습니다.
Sydenham 메트로 역에 내리면 조금 당황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첫 인상은 약간의 황량함, 가끔 나타나는 무서운 그래피티.
여기 좀 무서운데? 였습니다.
그러다 조금 익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0년 전 쯤의 성수동, 그리고 몇 년 전 문래동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첫 느낌과 비슷했어요.
대부분의 건물들이 Warehouse 창고형입니다. 실제로 물류창고나 공장들이 많은 지역이었다고 해요.
성수동, 문래동의 초반처럼 창고형 건물들의 시세가 저렴하니 공장이 빠진 공실에
많은 양조장, 증류소, 커피 로스터리 등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술과 커피는 예로부터 사람을 모으는 역할을 했죠. 예술에도 빠질 수 없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매릭빌에는 '흥'을 아는 사람들이 점차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예술의 차례입니다.
최근 몇 년들어 꽤 많은 예술 공간들이 빈 창고들을 채워나가기 시작하고 있어요.
COMA 갤러리는 시드니에서 영향력있는 상업 갤러리 중 하나로 한국의 가장 유망한 작가 중 한 명으로 뽑히는 탁영준 작가를 비롯해
중국의 샤오페이를 잇는 차세대 미디어 아트 스타 작가 루양, 그리고 다양한 국가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호주 작가들을 전속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COMA는 센트럴과 시드니대학교 중간, 치펀데일에 위치해 있다 얼마 전 매릭빌로 공간을 옮겼습니다.
미국 내 뉴욕을 잇는 미술의 성지 LA에는 이런 창고형 갤러리가 많은데요. COMA 갤러리는 매릭빌로 장소를 옮기는 것에 매릭빌에서 LA 갤러리씬과 비슷한 현상이 머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과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시원시원한 공간감이 주는 힘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친절한 도시, 시드니여서 였을까요?
갤러리에 발을 들이면 프론트에 있는 디렉터가 반갑게 인사해줍니다.
그러곤 간단한 안내와 함께 선뜻 비밀의 공간을 소개해줍니다.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거대한 공간을 지나 디렉터가 문을 열어준 곳에는 자그마한 방이 있었습니다.
전속인 작가들의 작품 한 점씩과, 카달로그를 볼 수 있는 공간이었죠.
지금 당장 작품을 사지 않더라도, 그 누구라도 잠재적인 컬렉터로 대우해주는 게 참 좋았습니다.
컬렉터의 방이라고 칭하지 않고 방문객의 방이라고 칭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죠.
개인전은 호세 다빌라 라는 멕시코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23년 쾨닉 서울에서 한 번 소개되었던 작가인데요.
건축학도였던 그는 실리콘덩어리, 유리, 돌 등 건축 자재들을 균형과 역학 원리를 사용해 비현실적으로 고정시켜둡니다.
모두 접착제 없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라고 해요.
돌들은 호주 자연에서 채집한 것이랍니다.
자연과 인공물을 결합해 규모감 있는 설치를 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언제나 흥미로운 것 같아요.
두 번째로 향한 곳은 COMA의 이웃 Syrup 컨템포러리입니다.
시드니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작업하며 국립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두 명의 중견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커머셜 갤러리예요.
디렉터인 데미안과 캐럴라인 작가님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고, 최근까지 한국문화원에서 진행하는 한호작가 그룹전에도 참가하셨습니다.
한국 문화원 전시 아티스트 토크에서 만난 저를 기억해주시고,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Syrup은 Coma 보다는 조금 더 호주 기반의 신생 작가들을 다루는 느낌이었습니다.
두 작가의 솔로전이 함께 열리고 있었는데요.
모두 멜버른 베이스의 젊은 작가들이었습니다. RileyBeaumont 의 작품들이에요.
커머셜 갤러리들을 관람하시는 팁은, 내 공간 어딘가에 걸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하며 보는 거예요.
상상만으로도 전시를 관람하고 개인의 안목을 기르는데 큰 도움을 주죠.
Georgia Morgan의 작품들이에요.
세라믹 작업을 주로 하는데 이번 개인전에서는 최근 인생의 짝궁을 만나 사랑에 푹 빠진 감정을 가감없이 표현한
작품들로만 채웠다고 해요. 밝고 통통튀는 색감과 낙천적인 느낌이 사랑꾼 신혼부부들의 집, 다이닝에 자리하면 항상 밝은 기분이 감돌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매릭빌 갤러리 이야기는 곧 2편으로 돌아와야할 것 같아요.
전시기간이 맞지 않아 가보지 못한 갤러리들이 있고
이 날 간 갤러리 중 소개할 부분이 많은 갤러리도 있어서요.
같은 미술이어도 미술관-상업갤러리-대안,실험공간, 공간의 타입에 따라 보는 재미가 달라진답니다!
이 세 공간이 너무 다르게 느껴져도 또 서로 한 사이클을 이루며 상생하기도 하고요.
개인의 '안목'을 기르기에는 상업 갤러리가
시대가 주목하는 '교양'을 기르기에는 미술관이
가장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충격'이 필요하다면 대안, 실험공간이 여러분께 감각적 환기를 전달해드릴 거라고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예술은 사람을 여행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오늘, 호주 시드니의 '로컬' 매릭빌을 함께 여행하셨는데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