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결 – 바람처럼 지나가도 남는 감각

감정이 멈춘 날들에 대한 예의

by 결 디자이너
*감정결 도감이란
감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들을 위한 조용한 무늬 지도
누구나 한 장씩 꺼내 읽고, 그 날의 결을 자신의 리듬으로 붙일 수 있는 감각 산문집
"내 감정은 오늘 어떤 옷감으로 짜여 있을까?”
“이 마음의 주름을 다려야 할까, 그냥 안고 가야 할까?”
“감정은 늘 표면으로 남는다. 그 결을 만져보면, 나를 알 수 있다"


오늘의 감정결어: 숨쉬는 결

린넨 베이지



어떤 감정은 설명이 어렵다.
그건 슬픔도 아니고 기쁨도 아니며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그저, 창문을 열었을 때
커튼이 바람을 품고 가볍게 흔들리는 순간처럼
잠깐 스쳐 지나간다.


그날 나는 딱 그런 감정 속에 있었다.
불안하지도 않았고, 들뜨지도 않았지만
어딘가 내 몸 주변의 공기가
조금 다르게 진동하는 걸 느꼈다.
커피 잔을 들다가 손끝에 닿는 온도,
헐거운 셔츠의 소매 끝,
햇살이 팔에 얹히는 느낌 같은 것들.

어쩌면 감정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작고,
기억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벼운
그런 감각 하나가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녔다.


나는 리넨 셔츠를 입고 있었고,
그 천의 바스락거리는 표면 위로
내 마음이 잠깐씩 붙었다가 떨어지곤 했다.
정확히 어디에 닿았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건 분명히 ‘숨 쉬는 결’이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은
몸을 통해 지나간다.
그리고 그 흔적은 언젠가
손끝의 기억이 되어 돌아온다.


그날 내 마음은 리넨 같은 것이었다.
뻣뻣하고 무게 없고
바람이 들락날락하는 결.


누군가는 그걸 공허라고 부르겠지만
나는 그날을 숨 쉬는 하루라고 부르고 싶다.





감정 없는 오늘이 당신에게도 있었다면
이 질문을 조용히 따라 해 보세요.

오늘 당신의 마음은 어디쯤을 스치고 지나갔나요?
그 감정은 바람처럼 가볍게, 혹은 리넨처럼 거칠게 남았나요?
지금, 그 결을 색으로 그린다면 어떤 한 줄일까요?

매거진의 이전글감정 없는 날의 무늬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