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결 도감 – 마음은 실로 짜여 있다』
사람들은 부드럽다는 걸 좋은 감정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가끔 그 부드러움이
너무 많아서 힘든 날이 있다.
누구도 나를 아프게 하지 않았고
아무도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다들 다정했고,
나는 그 다정함에 너무 오래 기대 있었다.
오후쯤 되자 머리가 약간 무거워졌다.
몸 어딘가에 압력 같은 게 느껴졌는데
어디가 아픈 건지, 어디서부터 오는 건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았다.
손바닥을 펴서, 책상 위 종이를 몇 번 쓸었다.
그 결이 벨벳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끝을 따라 부드럽게 흐르다가도
방향을 바꾸면 금세 거슬리는 표면이 되었다.
잘 다듬어진 말들, 부드러운 표정들,
거절 대신 미소, 불편함 대신 예의.
나는 그 모든 것들로
하루를 참 잘도 만들어냈다.
그러다 밤이 되자
표면 아래에서 불쑥 튀어나온 감정이
나를 살짝 긁었다.
무엇 하나 나쁘지 않았던 하루였는데
왠지 모르게 찡하고 쓸쓸했다.
그건 아마 부드러움에도 방향이 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짜 부드러움은,
그 방향을 바꾸었을 때도
나를 다치게 하지 않는 결.
나는 아직 그런 감정을 가지지 못했다.
오늘의 결은,
다크 체리색 벨벳의 거스름이다.
감각 리추얼 질문
지금 당신이 기억하는 ‘부드러운 하루’는 어떤 감정이었나요?
그 부드러움은 기댈 수 있었나요, 아니면 어딘가 불편했나요?
그 감정을 결로 그려본다면,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손끝의 압력으로 남을까요?
-고립은둔 청년들을 위한 감정결 도감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