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는 나를 기억하는 아이

숲속 미술놀이터에서 만난 기억

by 결 디자이너

숲속 미술놀이터에서 처음 만났던 아이, 로휘. 그 아이가 3학년이 되어 다시 나타났다. 7살의 여름, 나를 향해 해맑게 달려오던 모습이 내 마음에는 아직도 선명한데, 그 아이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숲속에서 미술하던 건 기억나요. 근데... 선생님 얼굴은 잘..."


잊혔다는 사실보다 내가 간직한 기억이 나만의 것이었다는 사실이 더 서운했다. 마음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떨어진 듯했다.


그날 차 뒷자리에 앉은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이랑 기억을 떠올리는 중이에요."


그 한마디에 나는 울컥했다. 그 아이의 기억 속 어딘가에 나와 함께한 시간이 남아있는 것이다. 얼굴은 흐릿해졌어도, 감정의 결은 지워지지 않았다.


묻고 싶었다. 어떤 기억이 떠올랐니? 어떤 풍경 속에서 나를 떠올렸니?


하지만 나는 묻지 못했고, 그 아이는 차에서 내렸다. 남은 건 묻지 못한 질문과 '기억'이라는 이름의 반짝이는 여운뿐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있을까.


어쩌면 이름보다, 얼굴보다 먼저 감정을 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 나. 하지만 마음 어딘가에는 아직 함께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그 아이.


기억이란 항상 선명할 필요는 없다는 걸, 그 아이가 조용히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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