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가족이라는 사랑안에는 어떤 보물이 숨어있는지.

애도의 시간 4

by 결 디자이너

죽음의 직전을 지켜보는 난리를 겪은 날은 내 생일이다. 아버님은 어머니 간호해서 고맙다고 간호비와 생일 용돈을 따로 챙겨주셨다. 형님 두 분은 돈을 모아 그동안 딸들보다 더 간호를 해줘서 고맙다며 돈다발과 생일 용돈을 주셨다. 오히려 나는 어머니의 고통 속에서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 같아 죄송할 따름이라고 가족 카톡방에 썼다.

"어휴 무슨 소리 다들 병원에서도 셋째딸이냐고 그럴 정도인데. 이렇게 엄마랑 시간 많이 보낸 가족이 지우 엄마이고 엄마가 희미한 속에서도 지우 엄마 찾잖아. 내가 다 고맙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야 미안하고"

"에구. 엄마도 지우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 듬뿍 받고 있잖아. 정말 고맙지. 고맙단 말로 미안할 정도로 고맙게 생각해. 너무 아름다운 마음 가진 며느리여서 엄마는 행복하실 거야.♡♡"

두 형님은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나는 흔하디흔한 며느리의 역할론으로 마음고생 좀 했다. 병동에 있는 간호사가 ”며느리였어요? 그럼 더 잘해야겠네.”, “며느리예요? 아휴 힘들겠다.” 이런 반응들에 심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다. 내가 사랑 받았기에 가족의 도리로 하는 것이다. 가족들이 나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거 아냐? 하며 그들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혼자서 더 속상했었다.


며느리여서 더 고맙고, 며느리여서 더 잘하게 보이는 희생의 값을 톡톡히 받고 나니 나의 희생은 김씨 집안의 화합을 도모하는 일이 되었다. 며느리여서 좋은 점은 조금만 잘해도 티가 난다는 것인가. 우리 집에서 사랑표현을 제일 잘하시는 분은 어머니시다. 내가 쓴 어버이날 편지를 제일 고마워하시고 같이 옷 사러 가는 것이 즐겁다고 하시며 눈물을 흘리시는 분이다. 어머니와 함께 난타를 배우고, 웃음치료를 같이 다니며 춤도 같이 췄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의 새로운 활동에는 내가 있었다. 무뚝뚝한 삼남매보다 살가운 며느리가 좋다고 하셨다. 사실 난 그리 살가운 성격은 아니지만 삼남매랑 비교하면 그런 편이다.


오랜 시간의 역사를 써온 가족은 때론 날카로운 말들도 더 거침 없이 나오기도 한다. 딸같은 며느리는 없다. 며느리는 적절한 존중선을 지키는 관계이다.


어머니는 밥이 안 넘어가는데 큰 딸은 “엄마 죽을 거야? 왜 안 먹어~” 이런다고 한다. (항암치료는 밥이 생명이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엄마의 낯선 몸을 보고 찢어지는 마음에 하는 소리라는 걸 안다. 하지만 몸이 아플수록 어머니도 위로받고 싶고 보살핌을 받는 존재가 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며느리는 “어머니, 지금 안 넘어가세요? 좀 있다 먹을까요? 다른 부드러운 거 드려 볼까요?” 위로의 말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우 엄마가 딸들보다 편한 거라고. 친절로 위장된 말일지언정 며느리가 “안 드시면 죽어요~”라는 말은 차마 입 밖에 나오지 않는다.

“제가 우리 엄마 돌아가시는 걸 못 봤잖아요. 그냥 보내 드린 게 한이 되었나. 그래서 하느님이 어머니와 짝을 만들어 주셨나봐요. ”


어머니의 고통을 호소하고 받아내는 시간 속에서 조개가 진주를 품듯 하나씩 보물을 주신다. 어머니의 아픔이 없었더라면 가족 간에 마음을 내보일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 본인의 고통을 내어주어서라도 가족 간에 질서가 잡히고 하나가 되길 바라는 어머니의 소망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가족이라는 사랑 안에는 어떤 보물이 숨어 있는지 다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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