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이 시간을 통한 하늘의 계획

애도의 시간 5> 2021년 8월 14일

by 결 디자이너



오늘 어머님은 기력이 좋아지시고 나를 보며 이야기할 정도가 되셨다. 어제 생을 마감하려던 사람에게 오늘은 어떤 의미일까.


"까만 날개를 가진 것이 열어놓은 문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돌아다녀. 나한테 붙으려고. 어젯밤까지 계속 보이더니 이제 안 보이네. 지금도 문 쪽으로 까만 날개를 가진 것이 날아다녀. 근데 나한테는 안 와.“


어머니 눈에만 보이는 까만 날개 가진 것들의 존재. 어머니는 지금 살아나고 계신 걸까. “어머니 편히 가세요~”라고 했던 말을 서운해하시진 않을지 “어머니 이건 기적이예요!!! 어머니 잘 드시면 잘 버티실 수 있어요. 리안이랑 남은 등산 가셔서 100일 잔치해요~”정말 마음속으로 기적을 꿈꾸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께 물었다.

“기적적으로 좋아지시는 건 아닐까요? 100명중 1명정도는 있는 그런 기적이요.”


의사 선생님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의학적으로 모든 장기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회진을 돌 때마다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드세요.” 이 말을 꼭 하신다. ‘짠 거 먹지 마세요. 인스턴트 먹지 마세요.’ 그동안 어머니가 들었던 말과는 정반대의 말. 정작 가족 빼고 본인은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이 상황을 모르고 있다. 내 장기들이 멈춰가고 있다니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본인의 마지막 남은 시간의 끝자락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는 스스로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자식들은 차마 입이 안 떨어지는 것을 나는 과감히 물어본다.


“어머니는 죽는 날을 미리 아는 것과 하나님이 부르는 그 날 가는 것과 뭐가 나은 것 같아요?”

“죽는 날을 아는 건 싫어. 난 죽는 날을 알면 두려울 것 같아.”


병실에서 아침 식사를 하며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정말 자신의 남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고 싶었다면‘내가 언제까지 살 수 있다니?’수백번 물어봤을 것 같다. 어머니는 응급실에서 죽다 다시 살아나셨어도 본인의 시간에 대해 전혀 물어보지 않으셨다. 어머니가 한달 안에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안 하기로 했다.


가족 카톡방에 어머니의 생각을 전했다.

“차마 언급하지 못하고 주저했던 물음을 지우 엄마가 또 하나를 해줬네.”


저녁에는 미음 한 그릇을 다 드셨다. 보호자 저녁으로 나온 조미김 한 통을 같이 드시더니

“내일 아침도 김 나오냐? 맛있네.”


내일 !!! 그래 내일은 올 것이다. 다시 일어나 걸으실 것만 같다. 관장을 하고 아무것도 못 드신 터라 대변은 나오지 않았지만 짓눌린 엉덩이 보호를 위해 새로 기저귀를 갈아드렸다. 소변은 소변줄을 끼고 있어서 소변 통만 버리면 된다. 내가 우려했던 똥, 오줌을 가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똥, 오줌은 사랑과 신뢰를 쌓는 마중물인 것 같다. 어머니는 누가 이렇게 해주냐며 고맙다는 말 대신 하늘에 감사한다고 말씀하신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두려움 대신 감사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어머니를 보며 어떻게 잘 보살필 수 있을까, 서운하지 않게 할까.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혀 내일이 아닐 것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나중에는 나 또한 겪을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임종 전 증상을 검색창에 치는 것조차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던 때와는 다른 오늘이다. 이제는 덤덤하게 검색한다. 임종 전 증상은 손끝이 차가워지고 숨을 고르게 쉬지 않으며 잠을 많이 잔다고 한다. 어머니한테 맞는 것은 하나도 없다. 외롭지 않게, 불안하지 않게, 인간의 마지막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쓰여 있다.

‘존엄은 상대를 환대하고 그 환대를 다시 환대하는 상호작용이다. 우리가 본래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게 서로를 대우한다기보다는 그렇게 서로를 대우할 때 비로소 존엄이 구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실격당한 자들의 변론>의 김원영 작가의 글을 인용한다. 인간은 본래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를 대우해주어야 한다. 떠나는 사람이던 남는 사람이던.


이날 큰형님은 분당 메모리얼파크, 용인 추모 공원 납골당을 다녀오셨다. 어머니는 어떤 곳에 남길 원하실까 아직은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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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머니의 마지막 말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병실에 노트를 두고 병실일지를 적고 있다. 둘째 아이는 내가 병원에 올 때마다 할머니주라고 그림을 그려준다.


“어머니 지우 리안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으세요?”

“리안이는 너무 사랑스럽고 2번 등산을 못 간 것이 한이 되네. 지우는 고맙지. 지우한테 소홀한 게 아니였나 싶어. 좀 더 잘해 줄 껄... 그냥 건강하게 공부 못해도 돼, 공부는 지가 할껀데. 건강하게 먹는 거 잘 먹고, 온 가족이 잘 먹어야 해. 엄마 말 잘 듣고 건강해라.”


이 시간을 통한 하늘의 계획이 있을 거라 믿는다.

“까만 날개 달린 것아 썩 물러가라.”


어머니와 함께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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