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시간 11> 2021년 9월 7일
페티딘 통증 주사. 마약성 패치로도 모자라 어머니의 통증은 잡히지 않는다. 오늘 밤은 좀 주무실 수 있을까. 수액에 섞어 들어가는 모르핀 주사를 이틀째 투여하기 시작했다. 모르핀의 부작용이 있을 줄이야.
“나 원망하지마. 7년 동안 고생했어. 나 원망할까봐. 미안해”
눈물을 흘리신다.
아침이 되자 어머니가 자꾸 침대를 내려오려고 한다.
“나 이제 뭐 해야 해. 말을 해줘야지.”
“어머니 여기 어디예요?”
“제주도지.”
“어떻게 제주도에 갔어요?”
“문 여니까 옆에 사람이 제주도래. 여기 밥 주세요. 내가 먹어야 돈을 내지.”
당황스러운 말들이 이어진다.
“여기 줄 이상해. 안 되겠다. 내가 내려가서 해야지. 짜증나. 왜 이래. 꼬였는데. ””
콧줄을 빼시더니 침대 나사에 대면서 뭔가 마음에 안 들어 하신다. 소변줄, 정맥줄을 막 빼려고 한다. 어머니는 이런 짜증의 말을 한번도 하신 적이 없다. 팔에 소름이 끼치는 이 불길한 예감. 침대를 또 내려오려고 하신다
“어머니 잠깐 계세요. ”
“내가 환자라고 이러는 거야? 병원이 왜 이래. 빨리 나가서 의사 불러와~~ 남자 의사 오라고 해.”
버럭 나에게 화를 내신다. 나는 이 상황에 어쩔줄 몰라하며 밖에 나가는 시늉을 했다.
“거기 숨어 있는 거 다 보인다고. 나가라고!!!”
그 순간 어머니는 주사 바늘을 강제로 다 뽑고 침대 밑으로 떨어지셨다.
간호사님~~~나는 소리를 지르며 어머니한테 달려갔다. 두 명의 간호사들이 달려왔다. 어머니는 너무 흥분이 된 상태였고 간호사의 멱살을 잡아 당기더니 이빨로 옷을 물었다. 어머니의 이빨이 빠질까봐 간호사는 연신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며 이런 상황은 처음이 아니라는 듯 어머니를 달랬다. 나까지 포함하여 2명의 간호사가 어머니를 제지하며 겨우 떼어냈다.
“다 저리가, 합의하고가. 합의하라고!!!!”
나가는 간호사의 뒤통수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가 이렇게 분노하는 모습을 처음 봤고 무서웠다.
“지갑 갖고 와. 합의금 내.”
“어머니. 합의금을 얼마를 내요.”
“100원씩 내. 각자 100원씩 내라고. 가서 빨리 받아와.”
"100원이요????"
갑자기 코미디같은 말도 안 되는 얘기에 ‘여기는 병원이다. 내가 합의금 100원 받아오겠다.’나도 정신이 왔다 갔다 하며 반나절을 이렇게 어머니와 씨름했다. 의사 선생님은 진통제 용량이 많아서 이런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암의 다른 원인일 수도 있다며 오늘 모르핀 수액을 빼고 있어 보자고 하신다.
다음날 아침에도 이런 증상은 이어졌다.
“아고, 별일이네. 고기가 왜 이렇게 차갑게 됐어요? 이거 장례식 고기인데 . 여기 어떻게 나가요? ”
“어머니 배 안 아프면 병원 나갈꺼예요”
“그래서 몇 키로 나가요? 초상 치를 껀데 이거 고기 어디로 가요?”
“한 10키로 되겠네요. 장례식 잘 할 수 있도록 고기 잘 내보낼께요. 어머니 아직 죽은 거 아니예요.”
“그럼 나 지금 죽고 있는 거야? 우리 아빠는 언제 봐?”
어머니에게 현재를 인식하게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어머니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어머니의 스토리에 맞게 맞장구를 쳐주고 나도 같이 이상한 나라에 가 있으면 된다.
인생의 희노애락이 있다고 했던가. 어머니의 기쁨, 슬픔, 사랑, 즐거움의 어록들을 노트에 기록해놨다. 분노의 꽃은 피어야만 했다. 슬픔, 사랑, 즐거움의 꽃도 피어야만 꽃이다.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자갈 비탈에서도 돌 틈에서도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 인내는 단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인내는 앞을 내다볼 줄 알고 살아가는 일이다. 가시를 보고 피어날 장미를 아는 것이고, 어둠을 보고 떠오르는 보름달을 아는 것이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
죽음을 기다리는 인내. 그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아는가.